中察人事

털어내기 와 下心

참 나 2004. 5. 17. 11:47
엊그제 테니스 운동을 하다가 주위 사람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테니스를 잘 치는 사람일 수록 시합에서 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테니스 실력이 下手거나 초보 들은 게임에서 져도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다....'
공들여 쌓아 놓은 것이 별로 없으니 져도 타격받을 것이 없다...는 얘깁니다.

지난 세월, 주요 공직에 있었거나 고매한 삶을 살았거나 명성이 높았던 사람들, 유명인사들은 은퇴하면 생활이 무척 답답해 집니다. 제일 큰 것이 행동의 제약...입니다. 경로당은 근처에도 못가고, 하다 못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것도 주위 사람들 시선 때문에 힘들고... 이런 갑갑한 생활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이 쌓아 올린 명예, 명성의 무게 때문입니다.
남들 보다 잘난 척하고 잠시나마 남의 위에 서 있었던 것, 그러면서 흐뭇해 했었던 것에 대한 '응분의 댓가' 라는 것입니다. 주위사람과 쉽게 어울릴 수 없게 됩니다. 그것도 인생 말년에... 인생 말년이면 편해야 하는데 도리어 불편해 진다면 뭔가 삶을 거꾸로 잘못 산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무언가를 쌓아 올리기만 한다는 것이 나중에는 이처럼 逆으로 나를 괴롭힌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실력. 명예, 평판, 자부심과 긍지, 돈과 재산까지도... 그것들이 쌓아 올려지는 동안에는 더 없는 즐거움이지만, 인생사 그럴 수는 없는 법, 고개를 내려오는 순간이 되면 상황이 180도 변하여 큰 부담이 되고 멍에가 됩니다. 마음대로 무엇 하나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즐거움이 컸으면 컸던 것만큼... 떼어 낸다는 것이 힘들어 집니다. 자.업.자.득...

고기도 잡았으면 놔 주는 심경...
돈 도 벌었으면 사회에 환원하는 심경...
실력과 명예도 사회에 환원하는 심경... 어떻게...?

실력이 하수인 사람들과도 앞장서서 어울려 주고 즐기는 경지를 새로 배워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명예 역시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대중 속의 삶으로 환원하는 것... 한 때나마 시건방 떨던 것을 속죄한다는 심정으로 말이죠...

실력이나 명성, 부귀영화를 쌓아 올립니다만...한 밑천 잡아놓으면 죽을 때 까지, 자자손손... 하지 못함을 봅니다. 선인들 말씀에도 "百年貪物 日朝盡 - 평생 모은 재산, 하루 아침에 다 없어진다..." 이라 했듯이 한, 두 차례 당할라 치면 정말 잠깐 사이에 거덜납니다. 세월도 인심도 변하고, 무엇보다 사람은 나이(노쇠)를 먹으니까... 건강(질병)도 무너지니까... 죽어야 하니까... 그래서 '털어내기' 와 '下心' 을 생각합니다. 높이 쌓을 수록 거기 깔려 버릴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