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察人事

살 가치가 없으니 죽여라?

참 나 2006. 2. 23. 11:54

 

매스컴에 ‘살인사건’ 이 자주 등장합니다. 잔혹한 장면이 나올라치면 TV채널을 돌려버립니다. 그런 영상들이 머릿 속에서 맴도는 것이 싫고, 두고 두고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피의자 얘기는, ‘그런 놈들은 살 가치가 없다, 그래서 죽였다, 미안하다...라고 합니다.
’극도의 혐오감‘... 살 가치가 없으면 그렇게 죽여 없애도 되는 것일까요? 누가 그런 처분권한을 줬을까요? 그 놈이 보기 싫었다면 침을 뱉던가 하고 다시는 만나지 않으면 될 것입니다.

그리 ’무가치한 존재‘ 라면 내가 피해야 하는 것입니다. 굳이 본인 자신의 삶과 가족의 앞 날을 통채로 희생시켜 가면서 본인이 응징해야 할 필요가 뭡니까? 저 놈을 죽여 없애야 한다... 그것은 정신질환이 아닐까요. 합리적 사고를 못하니 정신질환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작금의 ’사형제도 존폐문제‘, 그리고 ’선과 악‘ 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진짜 선함 이라면 악까지도 엄연한 실체로서 받아들여야 한다...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에미가 자식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 자비인 것이며, 지고의 경지인 것입니다.  선이란 명분을 빌미로, 선은 또 다른 악 (another evil)을 거침없이 자행합니다.

 ’부시‘ 는 이라크의 석유를 뺏기 위해 '정의‘ 란 명분을 내세워 악(invasion,침공)을 저질렀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오류인 것입니다.

악이 없다면 선이 무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좋은 음악도 자주 들으면 지겹습니다.

적군이 없다면 아군은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교)토사(양)구팽...이지요.  

 

우리가 늘 좋은 것만을 얘기하고, 이상향을 생각하지만 이는 편견이고 몽상입니다. 

세상이 온통 순백색의 선으로 깨끗하다 해도, 먼지, 쓰레기는 늘 생깁니다. 

그처럼 악이란...자연스럽게 생기는 그 무엇임을 알아야 합니다. 더러워졌다면... 빗자루와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하는 것으로 그쳐야 합니다. 악을 미워하면 본인의 영혼, 그리고 건강이 침탈 당합니다. 온갖 투덜댐은...세상 이치를 아직 모른다는 뜻입니다.

어찌 먼지 없는 세상이 있으리오?

 

종교로 인한 전쟁, 대립과 갈등은 대표적인 것이지요. 이 사회에 횡행하는 패거리문화, 집단 이기주의가 다 같은 것이니...자신만의 정의요, 자신만의 선에 불과한 것입니다. 아닙니까?

 

사형제도...아무리 ’중죄인‘ 이라도 국가,사회가 한 생명을 턱턱 끊어 버릴 자신이 있을까요? 국가,사회, 이웃들은 완전한 것인가요? 잘못이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것이고, 나 또한 준엄한 법 앞에서 선처를 호소할 때가 있는 겁니다.  또 다른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확정범 한 사람의 처단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 고대로 부터 사형제도는 살인범의 씨를 말리는 데 실패한 제도 입니다
- 오늘 한 살인범을 죽여 없애면, 내일 또 다른 살인범이 나타나서 우리를 위협합니다. 사형제도가 있다고 해서 살인범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 지나친 공포심, 피해의식...으로 예민해져 있는 나의 문제점은 없을까요.


- 살인범은 개인의 ’人性문제‘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점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자식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죽여 버리는 부모는 없듯이 가장, 사회, 국가제도의 잘못된 부분도 있을 겁니다.


- 종신형 죄수를 가석방 시켰더니 또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런 무책임한 법원/판사에게는 ’살인 방조죄‘ 와 같은 엄중한 책임을 씌워야 합니다.
- 국가 사회는 사형집행 보다는 재범방지 쪽에 더 전문적인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 생명은 다 소중한 것입니다. 살인범을 교화시킬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 단두대를 만든 ’길로틴‘ 은 결국 본인도 단두대 위에서 처형 되었습니다. 반생명적인 법, 몹쓸 장치등을 만들거나 주장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도 똑 같은 방법으로 희생될 수 있습니다.


- 한 정신질환자 ('살 가치가 없어서, 내가 죽였다' 는 독단,망발)가 살인을 했다고 해서,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회구성원들이 사형제도 (정신질환자와 똑 같은 독단, 망발)를 들고 나오는 것은 피를 피로 씻는 격이요, 반생명/반문명적 오류입니다. 가치가 없고 쓸모없는 것은 다 죽여 없애야 한다...누가 그런 유물론적 독단을? 


-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들이 군중 속에서 무책임하게 '죽여라, 살려라' 외치고 있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 아무리 악인이라도 끝까지 용서하라는 성경 말씀도 있더군요. (마태복음:18: 21. 그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와서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 하고 묻자 18:22.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말하노니,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이니라. "I tell you not seven times, but seventy seven times")


좋건 나쁘건 어떠한 제도라도 민주주의에서는 다 있을 수 있습니다. 정답은 오직 이거다! 라는 것 보다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사회의 생명체, 더 나아가 '인간의 생명'을 대하는 보편적 의식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드러내는 섬세하고 고차원적인 이야기라고 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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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는 연대감이 있다.  개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운데‘...저질러지는 범죄행위와 不義한 일에는 일말의

책임이 있다.  그러한 잘못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부관심), 그 나쁜 결과에 대하여는

나도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칼 야스퍼스-    (* 좋은 일엔 같이 즐거워합니다. 원문을 약간 가다듬었음 )

 

*흉악범이 살인할 때도 살의(악의)가 있고, 그 범인을 죽이라고 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살의(선의)가 있다...살인은 다 같은

살인이다... 선,악의 명분만 있다면 거침없이 해치운다...

'사형제' 는 국가사회가 공적차원에서 저지르는 야만행위입니다.  사형제 폐지는 그것을 깨닫게 하는 뜻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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