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초록은 동색이다'
초록색은 다 비슷비슷하니, 굳이 다른 이름을 붙여 쓸 것이 아니라 그냥 다 '초록' 이라고 부르자...? 아무렴 그처럼 엉터리 색상분류를 하자는 말은 아니겠지요?
'초록색' 도 새 싹의 밝은 연두색부터 감나무 잎처럼 짙은 초록색 까지 다양한데 동색 운운...이라니, 그런 비논리적인 얘기가 어디 있을까? 사람의 눈이란 조상님들 눈이나 후손들 눈이나 다 똑 같은 것을... "A 는 B 이다" 라는 단정 속에는 '그게 다 똑같은 놈들이다' 란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니컬' 한(cynical - 냉소적, 체념적인) 말입니다. '가제는 게편이다'
"그 놈도 알고 보니 한 통속 이구만..." 그러니 '색상분류의 문제' 가 아닙니다. 상대의 애매한 처신을 보아오다가 어느 순간에 깔끔히 정리해 내는 statement 입니다. 더 살펴본 즉, '초록은 동색이다' 했을 적에는 이미
'초록이라도 다 같은 초록이 아님' 을 인지함도 알 수 있습니다.
b. "사랑합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는 말이겠지요?
남,녀간의 '성행위' 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 사이에서만 필요한, 지극히 사적인 이 말이, 급기야 일반대중을 위한 공개적, 계몽적인 이벤트 어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닌 이상 '나는 사람이다' 와 같이 당연한 말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사랑한다' 는 말을 공개적으로 해야하는 이면에는...대부분의 남, 녀 관계에서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짙게 드리워졌다는 뜻입니다. (사랑의 위기...조건을 따지는 결혼이란, 이미 '쇼핑행위' 와 다를 것이 없다!) 그 불안함, 위태로움, 허전함, 깨진 틈을 대중의 힘으로라도 메꾸고자 하는 겁니다.
"사랑해~"
듣고 싶은 말이니 한 번 해 줘라, 아니면 남들 보기좋게 없는 말이라도 한 번 해 봐라 ... 그러니 이게 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남을 위한 겉치레 말이다...ㅠ
"여보, 사랑해~" 하다가 이내 등을 돌리곤 "나 사랑 안 해, 그건 그냥 말이었어" 그처럼 맹랑한 말일 수도 있겠다...
진심이 없는 말, "정말로..." , '이 세상 끝까지...' 처럼 뭔가를 덧붙일수록 가식이라는 증거이며, 미국사람들 처럼 하루에 세 번이고 열 번이고 말하면 할 수록 '지금 우리의 사랑이 불안하다' 는 뜻이 되고 맙니다.
형식이건 진심이건 또는 반 반이건 결혼을 앞둔 처녀, 총각이 프로포즈(고백)를 그런 식으로 합니다.
찌그락 째그락 부부사이에도 그런 일이 있습니다. TV, 방송 출연자들은 '여보, 사랑해~' 를 말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출연자가 머뭇거리면, 진행자가 나서서 마치 노래를 시키듯이 '여보,사랑해~' 를 주문합니다. (애들도 아니고..)
연이나, 우리 조상들은 그런 표현 자체를 '온당치 않은 것' 으로 생각하였지요. 평생을 아끼고 쓰다듬는 부부도 없지야 않겠지만, 대부분의 아버지 어머니는 떫떠름한 (때론 웬수같은...?) 부부요, 사랑이 있다, 없다를 말하기조차 어색한 판에 (게다가 당사자는 물론, 내 이웃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그런 남사스럽고 위선적인 나발을 분다는 것이 민망해서 차마 그런 말을 못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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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급증하는 이혼율, 결혼과 출산의 기피...끙끙 앓는 결혼한 부부들의 속사정까지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보수적이고 출구가 없는 결혼제도는 이젠 끝을 내야 할 때가 되었다... 뭔가 과거와는 다른 결혼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쇼핑' 은 반품이 있는데 쇼핑과 같아져버린 결혼은...반품(출구)이 안된다? 아무리 싫어도 죽을 때까지 둘이
붙어 살아라...? 예전까지는 '결혼' 이란 그저 행복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결혼한다는 것은 매우 불안한 것, 도박과
같은 것, 심지어 미친 짓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애를 (겨우 둘만!) 낳는 것조차 불행한 미래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앞으로의 세상에는 '느슨한 결혼제도' 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완벽하게 구속하지 않는 제도, 애를 낳건 말건 개인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제도,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논의들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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