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도닦기

우리의 전통과 현대사회 공중질서 의식

참 나 2004. 3. 23. 10:09

1. 우리 조상님들의 일상은 굳이 공공의 법 질서를 필요로 하지 않았으리라. 서구사회는 이민족들이 들락 날락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 충돌하다 보니 공공의 질서와 법이 발달하였을 것이고... 우리 전통사회는 농본, 정착사회에다가 단일 민족, 문화 이다 보니 공공의 법과 질서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 터이다. 윤리 도덕의 가르침은 있을지언정... 우리 조상들의 삶이 그러 하였다.

2. 향촌사회, 가족이나 친족 중심의 작은 규모 생활이다 보니 그에 걸맞는 문화는 발달하였으되 (이웃 챙기기, 상부상조, 친척 찾아보기...) 작금의 도로교통 문화와 같이 공중질서, 큰 규모의 사회 질서에 대하여는 감각이라든지 필요성,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일본의 어린 아이들은 부모, 특히 엄마로 부터 남 한테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교육을 철저히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학부모 특히 엄마들은 과외공부나 개인 출세 위주의 교육에 생사를 걸듯 나선다. 공공의 질서는 뒷전이다. 질서를 지키면 나만 손해본다는 생각을 한다. 교통신호도 적당히 무시하라고(?) 아이들 앞에서 몸소 실천해 보인다.
현대 사회가 된지 오래건만 아직 우리의 공중질서, 문화 수준은 미개하다.

3. 과거시험 이니, 금의환향 이니 하여 개인, 가족친족, 향촌 사람들의 영달에 치우치다 보니 좀 더 큰 시민사회를 생각할 여지는 거의 없었으리라.
개인 아무개와 그 주변 사람들 끼리만 잘 하면 되었다. 그러니 개인이 자랑을 해 대는 것은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기, 질투를 불러 일으키면서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4. 일제 식민지 생활 36년을 겪는 동안, 이 땅이 내 땅이 아니고 남의 땅이란 생각들 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중질서를 지키지 않는 빌미가 되었다는 도올 선생 얘기는 공연한 말씀이 아닌가 싶다. 36년, 불과 한 세대 남짓한 기간동안 국민의 문화의식이 그렇게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더라면 일제가 물러난 후에는 되돌려 잡혔어야 할 터이다. 그렇지 못하고 일제 이후 50 여년에도 공중질서가 여전히 어지럽다는 것은, 이것이 수 천년 뿌리 깊게 형성된 향촌 사회 중심의 우리 문화요, 특성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5. 과거 조상님들은 법과 계약서, 규칙등을 그다지 만들지 않고 살았다. 심지어 땅 문서 조차 만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하거니와 문서, 계약서 만드는 일을 도외시하였다. 법을 따지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였고, 돈을 주고 영수증도 잘 안 받는다... 영수증은 무슨 영수증... 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상호 친밀함과 믿음을 전제로 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점차 물질적 번영과 풍요에 맛들이고 놀란 가슴들이 되었다... 하던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내가 너를 언제 봤냐, 천년 만년 볼 것도 아니고' 하면서 안면몰수, 배금주의, 인간성상실, 외지인 사회의 험악한 모습들을 연출하고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전통사회 가치가 초토화된 대표적인 케이스로서 재정, 신원보증 서 주다 망한 경우들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집들이 보증을 서 줬다가 혼쭐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재정보증을 서 주지 않는다. 이렇게 곤욕을 치루고 혼쭐이 나 가면서 전통문화들이 하나 둘 씩 바루어져 나갈 것으로 본다. 양심 역시 마찬가지다. 3,4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양심이 있고 삼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양심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불명예스런 세계 1위 교통사고 사망률... 이것도 이제 도로교통법(공법) 의 중요성, 안전주행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터이다. 여기 저기 교통사고로 신세 망치고, 불구 되고 경제적 곤욕을 당하고 하는 경우를 목도하고 본인들 스스로도 겪다 보면 안전주행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리라. 법과 규칙을 지켜야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 그것이 책임있는 가장이라면 취해야 할 모습이다.

6. 사람들의 '공중의식' 이 자리를 잡으면서, 차창 밖으로 담배재 털기, 꽁초버리기, 가래침 뱉기, 오물투척 같은 비루한 행동들을 삼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짓을 계속하면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우리도 이제 품위있는 삶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활동이 많은 젊은 층들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다. 현대와 함께 찾아 온 시민사회 그리고 공중의식... 이제부터 젊은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고 힘써 일궈 나가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