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察人事

한 끝 차이의 극락과 무간지옥

참 나 2005. 10. 4. 10:59

주말, 연휴...테니스운동 생각에 아침부터 몸이 근질거립니다.  이제 50대 중반에 구력도 20년이 넘습니다.  승부에 연연합니다. 승부... 상대가 나보다 더 잘 친다면 내가 한 수 배운다 생각하면 될 것이요, 내 실수가 많았다면 앞으로 기초체력 보강과 기본에 충실하고 더 정신을 집중해서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되는 것입니다.

 

기실 이기고 지는 승부 보다 더 마음을 끓이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알 수도 없고, 대책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분야입니다. 바로 내 '파트너' ... 옆에서 한 팀이 되어서 허우적 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여자라면 일단 한 수 접으니까 별 문제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남자인 데, 한 달 쉬었다는 사람, 어디 몸이 아픈사람, 노인 할아버지, 온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인사불성 퍼 대는 사람이 파트너, 짝이 되는 겁니다. 

 

자신이 볼을 어디로 보내는지 의식이 없습니다. 볼을 넘기지 못하니 게임연결이 안 되고 맥이 끊겨 버립니다. 재미...는 애초부터 고사하고 '집중력'이 사라집니다. 뭔 게임을 하더라도 거기서 집중력을 잃게 되면 볼장 다 본 것이지요. 그런 게임이라면 사실 안 하고 쉬거나 혼자 연습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제깐에 좀 친다는 작자가 볼을 넘기는 연결이 안 됩니다. 네트 앞에 서서 쉽게 떠 온 스매쉬를 네트에 꼴아 박아 버립니다. 

 

사실 테니스 볼을 차분히 연결하기만 해도 그는 '중급자' 라 할 만 합니다. 실수 없이 계속 그렇게 넘길수만 있다면 그는 '상급자' 입니다. 평소엔 잘 치던 볼도 상대방이 몸짓만 움찔해 줘도 엉뚱한 데로 퍼질러 버립니다. 그렇듯 섬세하고 예민한 운동이 테니스 지요. 

 

그런데 '운동해서 땀 흘렸으니까 보약 한 첩 먹은 셈이다...' 생각하면 지상낙원이요 좋은데, 상대방을 굳이 이기려고 씩씩거리고 파트너 잘잘못을 신경쓰다 보면 정신건강상, 인간관계상 매우 해롭다는 것을 느낍니다. 굳이 이기려고 하는 상대를 꺽어버리면 상대의 찌그러진 얼굴이 또 마음에 걸립니다. (져 준다...는 고상한 개념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 그 개념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암튼, 져 주는 것도 그런 수용능력을 갖췄을 때 할 수 있겠지요? 아무나 다 져 주기를 잘 할 순 없겠지요?)  어제는 부질없이 '굳이 이기려는 마음' 을 품는 바람에 테니스, 그 좋은 운동이 생지옥으로 변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똑 같은 거리를 힘들게 헉헉대고 뛰더라도 '운동 참 잘 했다' 와 '생고생을 했다' 로 나뉩니다. 같이 즐기는 것이다...며 한 끝수만 낮춰서 마음을 먹는다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코트장엔 화기가 넘칠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라면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 열반' 이 아닐까요? 

 

'열반, 해탈' 이란...'평소보다 한 끝수만 마음을 낮춰 먹으면 된다' 아닙니까?
상대보다 더 잘 나 보이려는 마음, 굳이 이겨서 승리감을 만끽하고자 하는 마음...일상에서 이런 마음을 먹을 때, 바로 '무간지옥' 으로 자청하여 떨어지는 것이요...굳이 기력을 소진하고 병들어 눕고 나서 욕심이 잘못임을 깨닫기 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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