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야, 부부야 .

소설 '유림'을 보다가...

참 나 2005. 9. 22. 11:59

(前略...)

'퇴계' 는 권씨 부인 (두 번째 부인, 어릴적 충격으로 정신이 흐리고 실성증세도 있었다 합니다. 

장인어른 '권질' 의 간곡한 부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퇴계는 이를 하늘이 주는 극기시험, 성덕의 體人으로 간주하였으리라...  

퇴계는 인간윤리의 기본이 되는 '부부의 도리'를 올바르게 실천하여, 가정의 화평을 유지하고, 남편으로서 신의를 다하는 한편, 비록 모자란 아내였으나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게 함으로써, 完德의 길로 나아 가고자 하였고, 아내를 손님처럼 공경하는 부부유별의 법도를 지켰습니다. 

퇴계 문집에는 수제자인 이함형과의 서신내용이 실려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들으니 그대가 부부간에 화합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러한지 알지 못하겠네.  세상에는 이런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

니, 그 중에는 부인의 성품이 악덕해서 고치기 어려운 경우와, 생김새가 못나거나, 지혜롭지 못한 경우, 그 반대로 남편이 방탕하고 품성이 별나서 그렇게 되는등 여러 경우가 있는 것이나, 대체로 성품이 악덕해서 고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편이 항상 반성하여 잘 대해 줌으로써 부부의 도리를 잃지 아니하면 가정이 파괴되고 자신이 각박한 인간으로 전락되지는 않는 법일세.  아내의 성품이 악덕하다는 사람도 그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아니하면 이를 잘 처리하여 헤어질 지경까지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하며...마음이 맞지 아니한다고 길 가던 사람 처럼, 또는 원수 대하듯 하며 자기 아내를 천리 밖으로 내쳐서, 가정의 도리를 망가뜨리고 온갖 인연을 끊는 불행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大學'에 말하기를 "자기에게 잘못이 없는 연후에 남의 잘못을 나무란다" 고 하였는데, 이 점에 있어서 내 경우를 들어 말하겠네...

 

나는 일찌기 상처한 후 재혼하였으나 불행하였네...그러나 나는 부족한 부인한테 각박하게 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애써 잘 대하기를 십 수년간 했다네.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힘들었으나, 그렇다고 어찌 내 생각대로 인간의 근본도리를 소홀히 하고

, 홀로 계시는 어머니의 근심을 사게 하겠는가.  옛 후한 때의 사람 질운이 '부부의 도리를 어기어 자식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는 실로 (진리를 어지럽히는) 사특한 자이다' 라고 말한 바가 있는데, 내가 이 말을 빌어 자네에게 충고하노니...

자네는 마땅히 거듭 깊이 생각하여 고치도록 힘쓰게. 이 점에 있어서 끝내 고치는 바가 없으면 굳이 학문은 해서 무엇 할 것이며 무엇을 실천하겠단 말인가 (이하생략)"

 

哲人 '소크라테스'는 악처로 유명한 '크산티페' 를 아내로 두었는데... 

사람들이 왜 그런 악처와 사느냐고 물었을 때, '훌륭한 騎手(말 모는 기수)는 성질 사나운 말을 타는 법이라네. 그런 말을 잘 탈 수 있게 되면 어떤 말이라도 다 탈 수가 있기 때문이지.  이제 내가 크산티페를 다루는 법만 익히게 되면 어떤 악한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날 부부간에 말다툼을 하는데, 아내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에게 욕설과 고함을 지르고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해 옆에 있던 구정물 양동이를 소크라테스에 퍼 붓자, 졸지에 구정물을 뒤집어 쓴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천둥이 친 뒤엔 비가 오는 법이지"...  그리고 이렇게 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결혼이란  하는 게 좋다. 양처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테니까"...

 

퇴계의 두 번째 부인 권씨 일화에는 한 가지 더 전해지는 것이 있다.

퇴계가 상가에 조문을 가려다가 흰색 도포자락이 헤진 것을 보고 아내에게 그것을 꿰매달라고 하자 권씨는 '흰 도포에 빨간 헝겊' 을 대어

기워왔다... 퇴계가 그것을 그냥 입고 갔더니 사람들이 놀라며 '흰 도포는 반드시 빨간 헝겊으로 기워야 하는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고 한다. 예악에 정통한 퇴계가 그런 옷을 입고 오자, 그것이 예법인지 여부를 확인하였던 것이다. 퇴계는 빙그레 웃었다고 전한다..(ㅋ )

 

퇴계가 권씨 부인의 말을 일일이 들어주는 행동은 제자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는데, 어느 부부 사이가 나쁜 제자가 문안인사를 와 있다가 권씨부인을 보고는 '나는 학문이나 인격, 모든 면에서 선생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나, 내 아내는 매무새나 음식솜씨, 손님을 대하는 모습등이 월등하게 낫지 않은가.  그런데도 나는 아내를 십 년이나 박대하여 아직 자식조차 없으니...' 하고 반성하였다고 한다.

 

무릇 바깥세상과 가정의 경계선이 바로 대문 앞인 것이다. 바깥세상의 거센 물결이 가정으로까지 침범할 수 없는 최후 방어선인 것이다.  집 안으로 들어설 때, 사람들은 반드시 말에서 내리고 무장을 해제해야 한다. 말을 탄 채, 칼을 든 채  집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은 없다.  세상 권세와 위엄은 대문 앞에서 버려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일어나는 가정의 붕괴와 해체는 많은 사람들이 욕망의 말과 증오의 칼을 그대로 찬 채 신성한 집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인 것이다.  바깥 세상의 일들은 대문 밖에서 과감히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은 자살폭탄 테러공격을 하는 곳도 아니고,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곳도 아니다.  가정은 평화와 화해를 실천하는 일종의 수도장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고함소리는 울타리 밖에서 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며, 바깥세상의 추악한 욕망은 대문에서는 해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하 생략. 최인호 장편소설 '유림' 권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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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에도 총각시절, 처녀시절의 '삶의 방식' 을 그대로 갖고 가서는 원만한 결혼생활을 할 수 없겠지요?  

같이 살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것들을 바꾸고,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힘든 탈바꿈의 과정을 거쳐 내어야 비로소 어른대접도 받을 수 있겠지요. 하다못해 뭔 좋은 말이라도 한마디 해 줄려면... 부부여빈객...적당한 거리를 두어라.  부부사이가 너무 허물 없으면 상대를 가벼이 여기게 되고 서로 조롱하듯 함부로 말하다가 그만 싸움이 일어나고, 큰 상처를 주고 받으며, 괴로워 하게 된다. 

부부사이도 불가근불가원하니,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거리 조절을 잘 하며 살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내야 하는 것... '포기와 인내' 를 반찬처럼 먹고 살아야 합니다.

 

쾌감을 다스려야 합니다...벌컥벌컥 마시기 좋아 하는 사람, 시원한 것 좋아 하는 사람, 말을 빨리 해 대는 사람, 밥을 빨리 먹는 사람, 할 말을 좀 남겨 두지 못하고 끝까지 다 하려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쾌락, 배설주의자' 입니다.  대, 소변을 싸질러 대면서 '에이, 시원하다...' 하는 사람인데, 내가 쾌락을 느낄 때 상대방은 상처를 입겠지요. 살아온 동안의 본인 습관이 그렇게 배어 있다는 것일 뿐, 본인 이외에는 그 쾌감을 동조하지 못합니다. 그냥 본인사정일 뿐이다...어른들 끼리는 서로 '쾌감' 을 다스려야만 합니다.     

 

약자는 밥이 되는 것이 세상이치... '밥' 이 되면 비참하지요. 강해지려면 고집이 강한 것도 완력이 강한 것도 아니고 상대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자기 할 도리를 반듯이 하고, 많이 알아야 하고, 매사 언행이 정확...해야 합니다. 힘든 노력이 따르지요. 삶의 주변에 허술한 구석, 졸속한 구석을 보이게 되면 반드시 그곳을 통하여 시험과 침범을 당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