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향봉스님의 법거량 얘기

참 나 2023. 7. 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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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요일 아침, 장마전선은 소강상태라 동네코트에서 신입회원과 테니스를 같이 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48세, 전북 익산이 고향인 사람.

방금 전 오후, 유튜브를 검색해 보는데, 향봉스님이란 분이 나옵니다. 71세, 전북 익산에서 불법을 정진하고

있다고... 학력은 국졸인데 얘기를 들어보니 기행(奇行)급 이력이 있습니다. (오늘은 전북 익산 기운발인 듯.

유명한 성철스님이 머물던 해인사에서 어느 날 시좌가 은행 구은 것과 참마 간 것을 들고 스님 방에 들어가는

데, 방문이 열리자 마자 향봉이 똥물을 냅따 퍼부었다네요. "스님, 먹는 것은 공평해야 합니다!" 일갈했다는,

 

향봉은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인도를 갔는데, 어느날 앞이 환해지면서 모든 것을 다 알았다는

느낌이 들더라 라는 깨달음의 경험을 얘기합니다. 국내 선지식들과 여러차례 법거량(=불법을 겨루는 것)한

얘기를 전합니다.

화두 1. 부모미생전... 부모가 나를 낳기 이전에 나는 어디에 있었느냐? (유명한 화두)

화두 2. 백척간두진일보...백 척(≒30m) 절벽 끝에 서서 한 발을 더 내딛는다,

화두 3. 당대의 우리나라 선지식 다섯 명이 찾아와서 법거량 한 판이 붙었는데, 향봉이 먼저 질문하기를,

"다섯 명을 가운데 앉히고는 그 주변을 빙둘러서 막대기로 동그란 원을 그리는데, 그리하면 그 원을 지우지도 뛰어넘지도 말고 (어떻게) 밖으로 나올 수 있느냐?"

화두 4. 몸과 마음이 한 물건도 지니지 않았으면 그 다음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냐?

 

1번, 2번은 대답을 보지 못했으니 유감이고, 3번은 어설픈 대답인 데 향봉이 말하기를, 내가 원 안에 있다면 밖에 서 있는 사람이 먼저 들어오면 그 때는 내가 나갈 수 있다 라고 말했다고 함. 아무런 내용도 없는, 그냥 말장난 수준이지요.

4번은 "내려 놓으십시요, 다음 공부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조차도 내려 놓으십시요"란 말을 했다 합니다. 줏어들은 얘기로 기계적인 대답을 한 것 뿐입니다. 말에 법력(法力)은 물론 내용이 암껏도 없는 것입니다.

 

그냥 '말장난이고 기(氣)싸움' 이었다, 무슨 선승인양 하는 스님들의 경지란 것이...우리나라 불가에선 매년 많은 스님들이 동안거, 하안거를 하는데, 어째서 깨달은 사람이 한 사람도 안나타 나는가? 라는 스님의 (별도의)질문은 의당합니다. 깨달음이란 것은, 붕어빵 틀에서 찍어내듯이, 수행이나 기도, 고행, 주문외우기 따위의 틀에박힌 방편으로 깨달음을 얻게끔 만들 수는 없다, 그것들은 그냥(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무디게 만들면서, 자아(自我)만 강화시킬 뿐입니다; 불가에서 깨달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향봉스님 처럼...당대의 선승, 성철스님이 반야심경을 E=MC2로 설명하며 "내 말에 속지 마!"라고 망언을 하는 지경이니,그 밑에서 어찌 깨달은 사람이 나올 수 있으리오?

 

위에 네 가지 화두(例)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대전제가 있습니다. 깨달음에서는, 이 세상 모든 물질(세계)과는 진정으로 상대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받아 들여야 비로소 화두풀수 있게 됩니다.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부모미생전...먼저, 내 마음이란 것은, 태어난 이후에 형성된 것이다, 즉,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 덩어리인 것이로다. 태어나기 전에는 '내 마음' 이란게 있을 수가 없다; 그 다음 질문, '내 몸은 어디 있었느냐?' 그것은 물질적으로, 엄마와 아버지의 유전자(DNA)로 존재하지만, 불법에서 물질육체란 것은 하등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죽으면 불에 태워버리는 육체를 놓고 무슨 '부모미생전' 운운하는가? 몸뚱이는 흠씬 부려먹다가(=먹고, 살고, 자식 낳는 도구로 쓰다가) 죽으면 태워버리고 마는 것이로다.

백척간두진일보...내 몸과 마음이란 곧 자아(自我, ego)를 말하는데; 이 자아를, 낭떠러지 앞에서 한 발을더 내딛는 장엄한 마음으로 버리라는 것입니다. 즉,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 새 싹이 나온다'는 말입니다. 이걸 해내지 못하면 깨달았다는 말을 할 수 없다; 당신은 깨달았느냐?라고 물을 때, 이 화두를 들이대면,판정이 나고 게임은 끝입니다. '당신은 자아를 버린 경험이 있느냐' 라고 물어보시라,

3번은, 물질육체로 생각하면 원 테두리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동그란 원이란게 뭐냐?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입니다. 이로써 대답은 자명하다, 그 세 가지를 없애면 밖으로 나올 수가 있으니,이로써 '자유를 얻은 영혼'인 것입니다. 연이나, 어렵사리 나왔더라도 다시 그 틀(세 가지)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합니다.

4번에 대한 대답; 몸과 마음이 다 깨끗해 졌다면, 더 이상의 공부는 필요없다 라는 입장이 돈오돈수, 그래도 계속 더 정진(=증득)해 나가야 한다 라는게 돈오점수; 후자에 중점을 두고 손을 들어주면 됩니다.

 

도대체, 법거량 도발을 하는 스님들은 예의 유명한 화두놀음에 대하여 정답(正答)을 알고나 하는 것인지,아니면 자기도 모르는 채, '네가 감히 이 어려운 것을 대답할 수 있느냐?' 라며 묻는 것인지, 아무래도 후자 쪽이겠지요. 연이나, 장님이 장님을 이끌면 둘 다 도랑(both shall fall into the ditch)에 빠진다는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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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향봉스님 유튜브가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가 봅니다. 여기 블로그 조횟수도 덩달아 올랐네요.

연이나, 스님은 깨달음을 얻지 못했고, 기(氣)가 쎄서 남한테 지지 않으려고 씩씩대며 부릅뜬 눈으로

상대를 제압하려고 위세를 부립니다. 생전의 성철스님이 딱 그런 이미지였다, 선가귀감(禪家龜鑑,

제55장*)은 그런 수행태도를 일러 '변소간에 단청을 하는 격(=如厠屋塗丹臒)이라 일침하였습니다.

* 몇 달 전 성경 원문을 찾을 때도 그랬었는데, 이번엔 선가귀감의 해당 구절을 찾느라 책을 펼치는데 딱 55장이 바로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