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야, 부부야 .

둘째 딸, 결혼식 단상

참 나 2022. 10. 9. 10:53

남편은 빨리 '결론 먼저' 듣겠다 라고 한다.  부인의 설명을 다 듣다보면 조바심, 짜증도 나고 (고도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얘기야, 빨리 얘기해!" 그보다 앞에는, "나 지금 시간 없는데..."란 말을 할 수도 있다.

 

일이 그렇게 된 과정은, 결론을 먼저 듣고나서 (내가) 더 물어 볼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 선택은 듣는 쪽,

대개 남편이 하면 된다. 이처럼 단도직입적인 모습은 효율적, 목표지향적인 조직생활 또는 군대(軍隊)식으로 좋겠으나,

부부간의 대화를 하는기술*로서는 낙제점이다. 부연하면, 세상 일은 '합리성'이 바탕이로되, 부부간의 일은 남편과 아내의

마음만 맞추면 설령 아무리 해괴한 일이라 해도 그걸로 끝이다.  통상, 아내는 현실적이니 거창한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  

 

그와 반대로, 부인은, 일이 그렇게 된 저간의 사정을 먼저 좍~ 늘어놓거나 설명을 해주고, 마지막에 결론부분을 말하려는

것인데, 그 '결론부분'이란 것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남편은 '어이가 없네'라고 하겠지만 그런 게 부인의 현실이다.

 

1. 부인은, 만약 결론부터 말했을 때 남편이 화를 낸다거나 오해를 할까봐 조심해 하는 숙명적인 입장(핸디캡)을 갖는다, 

 

2. 부인은, 자기생각이 없더라도 얘기를 꺼낼 수 있다. 즉, 남편 얘기를 먼저 들어보고 나서 결론을 내던가, 그게 아니면,

    없던 일로 하던가.   

 

3. 남편은 부인이 말하는 '그간에 있었던 과정부분'에 대해서, 그런 건 사소한 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자칫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여자들은 남자의 그런 (거칠고, 무지/무례하고, 여자들과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해서 이해할 턱이 없다. 상대방쪽의

    문화를 모르기는 피차 마찬가지인 것이다. 

 

4. 남자들은 소소한 일이라도 반대로 여자들 한테는 중요한 일 일 수 있다 라는 것을 모른다.

    남자는 그런 것을 알고 싶지가 않다. 밖에서는 소소한 것들은 신경쓸 수가 없는 것이 남자들의 세상살이 방식이었다. 

 

5. 남자가 여자들처럼 공감능력을 (잘)갖거나, 섬세하고 부드럽다면, 남자는 큰(대범)일을 못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나라를 지킨다거나 또는 생사를 건 싸우는 일등은 마음이 여리면 (체내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문제) 감히 생각

    하지 못한다.

    위험한 것도 모른채 겁없이 덤벼들어 몸을 다치기라도 하면, 자기 몸은 물론이고 키우고 있는 자식의 안위에도

    치명적이다. 따라서, 자식을 키우는 부부는 매사 조심해야만 한다.  간혹, 남편이 사망해서 애 키우기가 힘들어지면

    부인은 비록 허름한 남편이라도 다시 얻어서 생계를 꾸려야 한다. 그것이 여자의 현실이다.  이제는 건강하다면

    여자들도 취업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긴 하다.  

 

6. 여자도 남자의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이 세상에서 여자의 (핵심이 되는) 존재의미는, 남자의 씨를 받아서 아이를 낳고,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입히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노래가사 처럼 아이를 잘 키워내는 일이다. 출산과

    육아, 즉 갓난아이로 부터 얼추 자란 애들에 이르기까지, 자식들과의 공감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감히 남자들이 해낼 수 없는, 감성적인 일들이다. 

    남자가 육아와 요리에 개입하고, 여자는 사회와 군대에도 진출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거나 떠맡고 있는데, 이처럼 남녀가

    서로 상대방의 영역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작금의 삶은 인류탄생 이래 최근에 일어난 혁명적인 사건이다.  

 

7.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상대방 기(氣)부터 꺾는다거나 윽박지르는 사람도 있다. 부인 쪽이 그런 경우도 있으리라.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부부간에 지지고 볶는 일들에 좀 도움이 될까?  별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삶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자유영역이다. 더구나, 부부간에 그런 일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닐 터이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