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도닦기

운전할 때 정신을 잃는다?

참 나 2009. 7. 31. 13:01

며칠 전 출근길 운전중에 신호대기 상황...
뒷 차가 코빼기가 닿을 듯이 바짝 붙길래 쬐끔, 한 50Cm, 앞으로 전진하고 거울을 보니까 똑같이 바싹 차를 붙인다. 
(어라...?) 
순간, '장난끼' 가 발동하면서 50Cm정도 다시 빼니까 즉시 또 따라 붙인다. 
(야! 이것봐라? 대단하네!...)
얼핏보니 SUV승합차인데 40대 초반 쯤의 남자가 긴장한듯 운전석에 앉아 있습니다. 
지금 날 위협적으로 몰아 부치자는 것인가, 아니면 빈 공간이 생기니까 반사적으로 붙인 것일까? 
 
신호가 떨어지고 차가 출발하자 그런 의문은 이내 풀렸습니다. 게다가 내심 실소를 금치 못하는데...나는 당연히 스타트를 기민하게 해 보였건만 뒷 차는 더 이상 바싹 따라 붙지 않네요?.  완만한 주행상황에 뒤에서 쫓아오긴 하는데, 시골길에 소달구지 몰듯 한결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어? 그 사이에 마음자세가 확 바뀌었나 보네?  머리통에 찬 물이라도 한 바가지 뒤집어 썼나?...ㅋ)
 
길 위에서 경쟁적인 운전을 한참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만 제 정신이 나가 버립니다.  '머리'로는 브레이크를 밟고 양보도 하고 해야 하는데, 몸은 오직 악세레타를 밟으며 치고 나갈 생각 뿐입니다.  
 
 
월남전 때 베트콩 몇 명을 쏴 죽인 병사의 눈은 한동안 '다른 사람이 쳐다보지도 못하더라' 고...눈에 '살기殺氣'가 뿜어나오기 때문이지요. 또 전쟁터 일선에서 전투를 수행하던 군인은 후방사령부에는 배치시키지 않는다고...냉정하게 상황판단을 해야 하는데, 전투경험이 생생한 사람은 쉽게 흥분해서 판단을 그릇친다는 겁니다.       

아까 그 운전사는 잠깐의 신호대기 중에, 다행스럽게도 길 위에서 빠져 나간 자신의 '혼魂' (제 정신)을 되찾으면서 본연의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온 듯 보입니다.  앞 차를 위협하려는 의도 따윈 애초부터 없었고요...?  

이제 일상의 삶을 돌아봅니다. 우리 삶도 이런 모습 아닐까요?  작년쯤인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앞만 보고 사노라고 잘못했습니다' 고 말하던데... 일상의 삶, 남들과 경쟁하고 싸우느라 온 힘을 다하다 보면...얼굴엔 살기등등, 눈에 뵈는대로 다 적이니 악다구니만 쓰고...그만 제 정신을 잃고 사는가 봅니다.   예수Jesus 말씀이 '너희는 깨어 있으라' 했다는 것도, 현실에만 급급하며 '영혼을 내다버린 사람' 이 되지 말라는 뜻일꺼라 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