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도닦기

서울의 도로여 대답하라

참 나 2003. 10. 10. 13:30
오늘 아침 동아일보 기사중에 한 TV홈쇼핑 업체가 캐나다 이민 알선서비스를 했는데 2,30대 신청자가 폭주하면서 조기 종영되는 사태를 빚었다고...

공감이 간다. 이 땅은 쾌적하지 않다. 심하게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못된다. 이 길거리위의 살풍경을 보라. 끊임없는 싸이렌 소리, 버스와 화물트럭 공사장 덤프트럭의 엔진굉음과 위협운전, 너도나도 빵빵거리는 경음기소리, 그렇게 비명과 고함소리로 넘쳐난다. 젊은 층들은 그 혈기를 고성능 카스테레오로 뿜어낸다. 둥둥 두둥둥... 쿵쿵 쾅쾅...
옆을 지나노라면 내 심장이 두근대면서 동조한다. 불안증이 도진다. 아, 저 광기 넘치는 모습들을 보라.
쟤들도 어떻든 살려고 저렇게 안간힘을 쓰는 거다. 오죽 운전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저렇게 가슴이 터질듯, 스피커가 찢어질듯 볼륨을 끝까지 다 올리고 다니랴. 저것이 음악 듣는 모습은 아닐터.

이 땅의 도로 위에서는 곤경에 처했다고 해서 도와줄려는 사람도 없고 그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못 본채 하는 것은 차라리 다행스런 일이다. 남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이들은 욕지거리를 하던가 빵빵대던가 하며 어떻게든 막대기로 휘저어놓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자기가 과거에 길거리에서 당한대로 가장 효과적인 복수의 방법을 재현하는 중이다.

이 땅은 인간들끼리의 증오가 넘친다.
이 곳이 사람이 살자는 곳인가.
서울의 도로여,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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