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때, 테니스 운동은 '내기 게임' 이다.
게임에서 지면 1인당 '만 원'을 내는데 예의 '생맥주 값' 이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접전을 치룬 그 게임에서 졌다. 1대5로 패색이 짙었는데 4대5까지 따라 붙었다가 내 서브를 브레이크 당하면서 4대6이 된 것이다. 뭐 자주 있는 일이다. 흔쾌히(?) 만 원을 총무에게 전달하지만 기분은 유쾌할 수 없다.
게임은 역시 이겨야 한다. 지는 게임에선 집중력이 모자란 경우가 많다. 시합도중에 게임포인트를 잊어 버린다거나, 아웃되는 볼에 손을 댄다거나, 볼이 떨어진 장소를 찍지 못한다거나...무엇보다도 첫 서브가 안 들어가면 집중력이 풀어졌다라고 봐야 한다. 상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 멋있게 한 방하고 큰 폼을 쓰거나 객기를 부리기도 한다. 상대가 예상 외로 잘해도 팀웍이 흐뜨러진다. 의기소침하여 집중력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 편이 잘 해서 게임이 술술 풀리면 집중력이 살아나기도 하지만, 포인트를 지나치게 앞서 나가면 이내 싱거워져서 엉뚱한 짓을 하게 되고 파트너 쉽이 깨지면 집중력이 또 풀어진다. (토끼가 한 숨 자다가 거북이한테 낭패를 보듯이...ㅋㅋ)
게임에 지면 유쾌하지 않다. 남 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도의 차이야 물론 있겠지. 연이나, 그 찝찝하고 아쉬운 마음을 스스로 달래면서 의기양양해 하는 상대에게 물을 권하기도 하고, 대화를 건네기도 한다.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달랜다.
무엇을 그리 아쉬워 한단 말인가? 운동을 했다는 행위 그 자체가 얼마나 남는 장사인데...?
이전 아파트 단지코트에서, 볼 칠 사람이 없어서 이제나 저제나 누가 좀 나올까...혼자 빈둥댔던 경험이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에 비하면 운동할 사람은 언제나 많다...이것이 양천구 유수지 코트의 장점이다. 모두에게 고마운 일이다. "덕분에 운동 잘해서 좋습니다" 하고 여럿이 있는 데서 말을 던지고 나니 분위기가 한결 좋아진다.
운동을 흠씬 하고... 게다가 게임에도 이기고...그것도 늘 이기고...이런 생각을 한다면 지나친 욕심 아닌가. 물론 늘 이기면 좋겠지만, 그러면 남들은 늘 져야 한다는 말인가? '이기면 원수를 만든다...원수를 만들고 싶으면 상대를 이겨라' 상대는 지고 나서 끙끙 앓을 것이다. 그리고 복수의 칼을 갈다가 부지불식간에 도전, 역습을 시도할 것이다...나는 까맣게 잊고 있는데 과거의 적으로부터 어느날 뒤통수를 한방 얻어 맞는 것이다. 내가 졌다면 상대는 방심하는 상태로 빠질 것이다. 내가 역습을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져야 한다...'
'내기게임' 에 지고 나서도 애써 '표정연출' 을 꾸미고 있는 나 자신에게 기꺼이 위로와 칭찬을 보낸다. 찌푸린 얼굴, 쌀쌀한 태도를 여러사람 앞에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잘한 일인가...'克己'가 되었다는 뜻이다. 극기...이 또한 자주 연습해야 익숙해 지지 않겠는가. 가만 생각해 보니, 게임에 졌을 때 내가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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