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연기

참 나 2005. 5. 26. 12:49

고우 큰스님,  '緣起인 줄을 알면'  제목으로 '법공양' 소책자에 올린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한 단어를 6~7쪽 설명하였는데, 읽고 또 읽었고 몇 달후에 다시 읽어봐도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라곤 없으니 아쉽기만 합니다.  안된 얘기지만, 큰 스님께서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실로 연기의 법칙을 금방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라며 설명의 어려움을 토로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어려운 가르침이라면 도대체 누가 가르칠 수 있으며, 몇 명이나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답답하고 한심스럽단 생각입니다.  나름대로의 지성으로 아무런 편견과 선입견도 없이 웬만하면 수용해 보려고 애를 써 보았건만 도무지 와 닿지 않는 말 뿐이라면, 이건 말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달의 실패... 애시당초 나는 잘 모른다...하면서 나서지나 말 것이지... 道 또는 眞理, 깨달음...과 같은 거창한 단어들은 난해하고 신비스럽게, 어렵게 접근해야만 한다는 것...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가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연기란...만상의 '존재방식' 이라 합니다. '아함경'에는 '此有古彼有 此生古彼生 此無古彼無 此滅古彼滅...이것이 있거나 생기면 저것이 있거나 생기는 것이요, 이것이 없거나 사라지면 저것도 없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라며 연기법을 소개했답니다. 

 

- 세상 어떠한 것도 단일로 독립되어 있는 것은 없다 (연기의 원리)

- 세상에는 단일로 된 물체가 없다. 모두가 '인연' 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인연)

- 모든 물체는 궁극적으로 허공 (원자,쿼크...) 뿐임을 현대물리학에서 증명하고 있다

- A와 B가 만나 C를 만들었을 때, 만약 A가 없어지면 C도 없어져야 한다.  그러니 본시 C란 존재는 없다...등등,  인연을 끌어들였다가 물리학의 공간개념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막무가내 식으로 모든 것이 다 허상이라고 하는등 여러가지로 설명을 해 봐도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은 없습니다. 

 

자... 다 나투고...쉽게 한 번 접근해 보겠습니다.

 

연기란, 서로 상대가 있고 인연이 되어 존재하게 된 모습을 말한다...'제 혼자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란 있을 수 없다' 라는 뜻이라면... 밤과 낮이 연기요, 아군과 적군이 연기요...못난 놈이 있으니 잘난 놈도 있다 라는 것이 연기이며... 참됨과 거짓됨, 착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이 모조리 연기요...안과 밖이 또한 연기요...부와 빈곤이 연기요...큰 것과 작은 것, 추운 것과 더운 것이 연기이며...왼 쪽과 오른 쪽이 연기이니...무릇 상대가 있어 대극적인 세상 모든 것들이 모조리 다 연기다...우주 삼라만상이 다 연기다... 이 쪽이 없으면 저 쪽도 사라진다는 것을 알라...그것을 깨달으라는 것이니 음,양의 이치와도 통한다...나와 반대되는 것일 수록 더욱 나의 존재가치를 뚜렷하고 빛나게 해 줄 것이다...

 

어떻습니까...연기를 이렇게 이해하면 무언가 소득이 있지 않을까요?  혼자 잘난 척하는 것도 싱거워지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고마운 생각도 쬐끔 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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