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버려라

참 나 2018. 3. 12. 13:43
어제는 단지 테니스 대회 날, 개인별로 기량에 맞춰 파트너를 제비뽑기 한 다음, 게임을 진행합니다.
파트너(ship)는 게임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라, 선수들은 파트너만 보고서도 그 날의 성적을 미리
예상하기도 합니다. 사수, 그리고 부사수가 한 팀을 이룹니다.  둘 다 사수일 수는 없다, 그런 팀은 불공평
하므로 상대 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사수는 사수의 눈치를 살핍니다. 이것 저것 묻기도 하고, 사수의 말 한 마디에도 신경을 씁니다. 
테니스는 상대방이 (매정하게) 후려 친 볼을 내가 받아 쳐야하고, 엉겁결에 손이 나가는지라 에러(실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동네 아마추어 들은 연습이 늘 부족하다, 웃지 말래도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 합니다. 정답 보다는 임기응변이 많다,

사수는 부사수한테 무언가 조언을 하고 싶어도 대개 그만 두고 맙니다. 그게 상황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려니와,
없던 재주가 별안간 생길 수도 없는 일이다, 오히려 역효과만 내기도 하더라, 
'가운데 볼은 내가 칠께'...라고 말을 하면, 그 다음부터 부사수는 자기 손에 닿는 볼(ball)도 칠 생각을 안합니다.
그리되면 사수는 자기가 다 처리해야 하므로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힘들어 죽겠다며 짜증을 냅니다. 
부사수가 제깐에는 의욕적으로 플레이한다고 빵빵 때리지만, 대체로 아웃(out)이 되거나, 네트에 걸리면서
상대팀의 사기만 올려 줍니다. 하여, 볼을 좀 아껴치시라...는 식으로 주문하면, 이번에는 수비 위주로 살살칩니다. 
상대팀으로서는 쉬운 볼이 왔으므로 냅따 공격하여 연달아 득점하면서 사기가 올라갑니다. 
이리 말하면 저쪽이 허점이 나오고, 저리 말하면 이쪽에 문제가 생기더라, 뭐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 입니다.

그런즉, 사수는 차라리 말(주문)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화이팅(fighting)' 이라고 외치는 것 외에는 일체 말
(잔소리)을 삼가야 한다,  뭔가 말을 했더라도, '그 말은 참고용이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 듣고 잊어
버려라'  그래야 파트너가 창의적인 플레이도 할 수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자기 플레이를 하고 났을 때 운동을 하는 즐거움과 기쁨이 생긴다,   

단, 게임 들어가기 전에 (몸)콘디션이 너무 좋다든지, 기분이 업(up)되어 있는 것은 오히려 나쁘더라, 
자기 파트너가 잘 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우쭐해서 또는 게임 포인트가 유리하게 진행된다고 해서 의기양양
한 상태가 되면, 온 몸에 군 힘이 들어갑니다, 멋있게 한 방(!)의 환상에 빠집니다, 의욕이 지나쳐서 파트너의 볼을
가로채기도 하며 팀웍을 깨뜨립니다. 스매쉬, 발리 등에서 쉬운 에러(easy errors)를 내고 out 실점을 합니다.
고수들도 방심하다 자주 저지르곤 하는 일인데, 그런 게임을 하게되면 결국 지고 나오게 됩니다.  
(복식) 테니스는 의욕만 높다고 해서 되는 운동이 아니다, 자기 감정을 끝까지 콘트롤 해야 하는 어려운 운동이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는 유명한 임제 선사(禪師)의 말이 생각납니다. 
이 말은, 앞선 이의 말이나 경전, 방편 따위에 의지하거나 따라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틀에 박힌 방식은 관념의 
고정화를 만든다, 즉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만들 뿐이다,  참고용일 뿐이니 듣고 잊어 버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깨달음은 자기가 발심(發心)한 후 오랜기간의 수행생활을 통하여 어느날 문득 얻어지는 것이다,
결코 부처님 말씀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란 말도 같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