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삶 & 테니스

함량미달의 고수

참 나 2016. 7. 8. 11:43

요즘도 매일 오후 5시 경 부터 테니스 게임을 합니다. 아파트 내 코트장,
30도 안팎의 더운날씨에 이리뛰고 저리뛰다 보면 땀도 많이 나고 힘듭니다. 내 나이 벌써 예순 셋,

무릎, 어깨, 손목관절이 모두 정상이 아닙니다...ㅠ

파트너쉽.
테니스는 네 명이 어울려서 복식게임을 하는데, 내 파트너는 십중 팔구 그 네 명 중에서 가장 기량이

떨어지는 사람이 됩니다. 소위 에이스 그룹들은 동네코트엔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으니까. 하여, 얼추 NTRP4.0~4.5 레벨이면 평일 또는 주말에 동네 코트에서 행세를 좀 합니다. 
 
실수가 많고, 다듬어지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운동신경도 별루이고, 산만하고, 쓸데없는 말을 하고,

푸다닥대고, 볼을 다루는 것이 거칠고...이처럼 내 파트너는 나를 힘들게 합니다. 게임에서 지고 나면 왕짜증,

글타고 뭐라 말도 못하고 내 속만 썩지요. 시달린다는 표현을 하는데 누가 시달리는 건지 모릅니다, 각설... 

오늘, 이 하수 파트너의 쓸모를 생각했습니다. 파트너 하수도 쓸모가 있네, 아주 요긴한...!

나는, 포치, 쇼트담그기, 앵글, 탑스핀 로브, 슬라이스, 라이징, 양손치기... 여러가지를 시도합니다. 이것들은

부단히 연습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지요. 그런데 만약 내 파트너가 고수일 것 같으면 나는 그 새로운 

기술들을 게임에서 맘 편히 연습해 볼 수가 없습니다. 확률 50% 이하, 하나 들어가면 하나 아웃되거나 네트에

처박는다면 고수 파트너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요. 글치않고 내 맘대로 쳐댔다간 잔소리나 눈총을 받겠지요. 

(불성실 플레이...!)"뭐 이길 생각이 없나보네, 나도 힘들게 치는데 장난치나...?" 자연히 그런 생각을 하겠지요. 

내 파트너가 하수라서 실수가 많다면, 오히려 나는 (맘 편하게) 내 기술을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요 소중한 기회란 말인가. 혹시 연습할 재료가 딱히 없다고 하는 고수가 있을까요?  그건 교만한

생각이겠지요. 운동 (테니스는 물론)이란 자체가 비일상적 행동입니다. 매일같이 갈고 닦지 않으면 기량을

유지하거나 기술향상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연습이란 건 늘 해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 만의 플레이를 향상시키고 연습도 맘 편하게 시도할 수 있다, 운동(육체활동) 그 자체가 남는 장사다...

이것이 하수 파트너, 파트너 실수로 인한 왕짜증을 극복할 수 있는 길 입니다. 물론, 게임에서 이기는 것 처럼

짜릿한 맛은 없겠지만, 길고 크게 볼 때 그 또한 이기는 겁니다. 즉, 다소 위험한 샷도 과감히 한 번 시도해

보고, 멋진 샷을 연습하면서 기량을 갈고 닦는다...그겁니다.  그 귀한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인격까지 도야한다...

이 과정을 겪어내야만 고수다운 고수가 되는 겁니다. 주변엔 함량미달의 고수도 많은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