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도닦기

십 년을 운전해도 한결 같이...

참 나 2006. 9. 16. 13:36

한참만에 '88도로' 를 주행하게 되었습니다. 가양대교 부터 동호대교 구간을 달립니다.  

한강대교 부터는 차들이 밀리면서 예의 조바심 '끼어들기' 광경이 펼쳐 집니다.  문득 '"빵 빵" 하는 소리가 어지러운데, 사이드미러엔 흰색 4륜구동차가 빠져 나가겠다는 듯 비상점멸등을 켜고 뒤에 바싹 붙어 있습니다.

 

(아니, 이 놈은 지가 무슨 구급차도 아니면서... 음, 보채니까 비켜주자...뭔 사정이 있을 수도...)

그리 틈을 좀 내 주니까 우리에서 튀어나온 토끼모냥 냅따 빠져나가더니 요리조리 차로를 바꿔가며 줄행랑을 칩니다. 그렇게 채 30초를 못가더니 중립차선에 세워 놓곤 내려서 또 차를 한 바퀴 돌아 봅니다. 모자를 쓴 이십대...어린녀석이 혼자 온 동네를 휘젖듯 저렇게 난리를 치고 다닙니다...ㅠㅠ  

 

지체구간에 들어서면 '가다 서다' 를 반복하기 보다 '느려도 일정한 속도로 느긋하게 주행하는 습관(철학?) 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앞 차를 저 멀리 보내 놓고 '정숙주행' 모드로 들어갑니다.   

 

정숙주행.

 

100m를 운행하나 1,000 km를 운행하나, 하루를 주행하나 십 년을 주행하나 한결 같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한 사람을 만나나 백 사람을 만나나, 가족끼리 있거나 남들과 어울리거나 큰 소리내지 않고 지낸다는 면에선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간혹 언성이 높아져서 찝찝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내 풀어지도록 애씁니다.  예기치 않게 껄적대는 존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뭐, 특별히 이해관계가 없는 한, 내 인생에서 한,두명 정도는 외면하면서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다 서다' 를 반복함이란 코 앞에 닥친 상황(현실)에 즉각즉각 반응하는 모습이지요.

긴 구간으로 늘여 본다면 '느려도 꾸준히 가는 것' 이 이득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꾸준히 가는 차를 뒤따라 갈 때는 피로도가 훨씬 덜 합니다. 

 

내 앞에 끼어드는 차가 신경을 거슬립니다.  뭐 한, 두대가 끼어 들기로서니... 아니 어떤 때는 벌 떼처럼 끼어드는 경우도 봅니다...ㅋ.   이것 또한 익숙해져 있지요.  잘 살펴보면, 끼어든 차는 이내 또 옆 차로로 빠져 나갑니다. 조바심이 나 있을 때는 '한 차로' 로 꾸준하게 달리지 못하지요. 

               

샤머니즘.

우리 한국사람들의 정서를 설명해 주는 단어 입니다.  우리 의식 속에는 샤머니즘(무속신앙)이 깔려 있습니다.  저 미국사람들의 의식은 '기독교' 가 기본바탕 이라지요.  무당의 신들린 모습은 아무도 말리지 못합니다.  방방 뛰어야 접신 하기도 용이하다...운전이나 일상생활 에서나 한국 사람들의 야생성은, 법이나 규칙으로 얽어 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무정형성이 '샤머니즘' 으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고, 그 더 위엔 '떼 법' 이 있다고 했을까요. 

(오늘 토요일 오후, 배가 고파 이만 쓰다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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