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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글들은 '연기법(진리)'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음식에 비유하면, 수제비와 칼국수는 그 쓰임(用)에 해당하는 것이요, 그 두 가지를 다 아우르는 것은 '밀가루'라는 본체입니다. 즉, 수제비와 칼국수를 용(用)이라 한다면, 밀가루는 체(體)인 것입니다. 이는, 본체와 그 쓰임의 차이를 알기 쉽게 말한 것이며, 아래부터는 깊게 들어갑니다.
'순수의식'이란 (本)體다, 부연하면, 인간(과 뭍생명체)의 가장 깊은 심연 의식인 '제8아뢰야식'입니다. (참고: 제7식은 '말나식'으로서 자아가 깃들어 있는, 一見 사특하여, 세상살이에 오염된 의식입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깊은 '순수의식'은 도대체 무엇인가?
순수의식...이 말은 '자아 관념'이 떠나버린 의식입니다. 따라서, 현실 삶의 '가치 관념'을 떠난 의식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잘났다 vs. 못났다, 맞다 vs. 틀리다를 포함하여, 높다 vs. 낮다, 깨끗하다 vs. 더럽다, 있다 vs. 없다 처럼 생활 속의 온갖 가치(values)들을 '반야심경'은 색(色)이라 통칭하였고, 더 나아가 느낌(受)과 생각(想), 결정(行)과 앎(識)의 여러 정신작용이 다 마찬가지(亦復如是)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온갖 상념들(=가치관념)이 다 떠나가 버린 의식 상태, 그것을 '순수의식'이라고 합니다. 오로지 '존재 상태'만 인식할 뿐이요, 그 존재 상태에 붙어있는 어떤 색다른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텅 빈 충만함'이랄까!
이 '순수의식'을 세상살이의 온갖 (가치평가)기준에 들이대면, '이렇게 불쾌하고 모욕적일 수가 없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성현이고 진리의 화신인 예수님, 소크라테스가 극형을 처형 받게 되았던 것입니다. "뭐? 세상을 투명인간 보듯 대하고 있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순수의식'이란 것입니다. 아무리 잘났어도( 또 못났다 한들), 아무리 삐까 번쩍해도(또 초라하다 한들), 아무리 나한테 잘해줬다 한들 (또 잘못했다 한들)...다 상관치 않는 것입니다. 초탈하다, 세상과 더불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한 모든 것들(=자극)을 대할 때, '그렇구나'라는 느낌뿐이다, 하여,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상태, 도무지 '색(色) 다른 반응'이랄 게 없다. 그것이 세상살이의 온갖 가치들을 여읜, 순수의식이며, 청정(淸淨) 하다 라는 것입니다. 인간이면 갖고 있는, '희 로 애 락 애 오 욕...'의 감정들이 다 떠나버린 의식체, 이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하느님', 천주(天主)님 이십니다, 모든 생명체들에 두루, 공통적으로 깃들어 있는 본체 의식, 그것을 일컬어 '하느님'이라 말합니다. 바닷물에 투영된 밤하늘의 달(月,진리) 도장과도 같다 하여 '海印(해인)'이라 하였습니다. 바닷물이 바람에 흔들리면 따라서 흔들릴 뿐, 달이 비친 그림자(印)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고집(=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을 부리지도 않는다, 뭍 생명체에 깃든 공통 의식'이란 뜻에서 '대동(大同)'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순수의식에 해당하는, 우리가 아는 단어는 수 십 개도 넘습니다. 직지심체(直指心體)의 '심체'도 순수의식을 가리킵니다. '참 나' 또한 순수의식인 것입니다.
정리하면서, 위에 예시했던 해인(海印)을 더 설명합니다. 바닷물이 체(體 = 순수의식)라 하면, 그 위에 비친 달은 용(用 = 진리)에 해당합니다. 앞서, 저의 많은 설명들은 용(用)으로서의 진리(연기법, 실천방식)였던 것이며, 여기 설명한 순수의식은 본체로서의 하느님('참 나')을 말합니다. 이로써 '體 와 用', 이 두 가지는 깨달음의 일목요연한 체계를 이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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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세종대왕이 지은 찬불가(석가모니의 일대기)로 국보(國寶)에 등재된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이 명칭 역시 해인(海印)과 같은 맥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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