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실체와 이름은 같은 것인가?

참 나 2022. 8. 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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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도덕경 앞구절에 나온,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알고있는 유형, 무형의 세상만물은 '실체'(實體, 즉 있는 그대로 존재)인데,

그 실체에는 다 사람들이 부르는(붙여놓은) '이름'이란게 있다,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어린애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나날이 습득하는 '지식'이 바로 그겁니다.

교육, 반복된 경험을 통하여, 나이가 들수록 세상만물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름)을

굳히게 됩니다.  따라서, 오래 살면 살수록 머리(=견해)는 굳어져 갑니다. 

 

도(道)를 '닦는다'라고 하는데, 이 '닦는다'라고 하는 말은 도대체 뭘 어떻게 '닦는다, 닦아낸다'라는 것인가?

세상사물에 붙여진 '이름'을 대하는 나의 태도(態度) 즉, 선입견과 편견, 고정관념을 지워낸다...

뭐는 뭐다! 라고 하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예쁨과 미움, 더럽고 깨끗함 처럼

이분법적 선입견(=決定解, 取捨心)*을 무효화한다 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마이너스(-)방식이니, 세상살이(+)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그처럼 '무효화'를 하면(=닦아내면) 내가 죽는 것 아닌가(=상식과 고정관념 해체, 무장해제)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거칠고 황당하지만 이런 느낌이 와야 비로소 도문(道門)에 들어선 것입니다.  

이거 뭐 죽으라는 얘기네? 그런 느낌이 없는 종교, 수행 등은 모두 다 형식이고 사탕발림이다,  

실체와 그 이름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이 개념만 제대로 받아들이면,

'깨달음'의 초입에 들어선 것입니다.  도덕경의 '비상명' 이란 말은, 바로 그 대답으로서,

실체 그리고 그 이름은 같은 것'이라 알지만(=同一視) 사실은 '같은 것이 아니다'(=非常名)!

이것만 이해되면, "산은 산, 물은 물" 이 무엇을 말한 것인지도 감(感)이 올겁니다.

 

세상사물의 '실체(實體)'를 대하는 다른 입장(관점)으로, 

실체는 그 이름과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름아닌,

'연기법'으로 세상(이름)을 대(관觀)하라는 말씀입니다. 반야심경은 이 연기법을 말한 것입니다.

이러한 석가모니의 '연기법'에 대하여는 이 블로그에 (저 만의 독창적인)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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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결정해」 좋고 나쁨은 딱 정해져 있다, 대답은 이미 나와있다 라는 선입견(=편견),

「취사심」 그 중에서 좋은 것을 선택하고 나쁜 것은 내버린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 라는 사특한 생각.

반야심경의 '시제법공상'이라며 세 가지 예를 든,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이란 말은,

'좋음의 가치'는 그 반대되는 '나쁨'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그것이 빛나 보인다(=선호함)라는 것이다,

역도진(逆도眞)이니, '나쁨'이란 것은 '좋음'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멀리하는 것이다.

예를들면, 예쁜 여자는 못생긴 여자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예쁘다'라고 함이며,

못생긴 여자는 예쁜 여자가 있기 때문에 '못났다'라고 함이다. 키(신장) 큰 사람과 작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거꾸로 말을 하더라도, 즉 뒤집어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 라는 것은 이것이 유일하다;

어찌, 어느 누가 '뒤집어도 마찬가지'라는 뜻의 '역도진'(逆도眞=색즉시공 공즉시색)을 증명하리오? 

이것이 바로 상보성(相補性 complementary, 반대되는 것은 상보적인 것) 인 바,

반야심경의 '연기법'이며, 동,서양 모든 종교의 뿌리사상 입니다.

'진리(眞理)'는 오로지 이것 하나 뿐이니,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 정도까지 말을 한다는 것만해도 희귀한 일이거니와,

이로부터 사랑과 자비, 상생을 설명해 내는 사람을 아직 보질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나쁜 것'은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 라는 생각은 뭘 모르는, 어리석은 생각(=탐,진,치 中 치痴)이다, 

고통과 괴로움, 못난 것, 쓸모없는 것, 더러운 것...을 대하는 사고방식(=초월적 태도)으로서

「자비와 사랑」 「해원상생」이란 위대한 사상이 나왔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좋은 것(그 가치)은, 나쁜 것의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도드라져 보이는 것 뿐이로다!

(나쁜 것을 죄다 없애버려야 한다 라는 생각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안 그런가?)

아! 사람들이 도(道)를 듣고서 비웃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道)가 아니라 하였으니...

 

노자 도덕경 제1장에서 '현지우현 중묘지문(아득하고 또 아득하다)'라 한 것은, 연기법을 알기쉬운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아도, 그 깊은 뜻은 전달이 불가능하더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더라 는 얘깁니다.

 

석가모니의 말씀인 '반야심경'에서는 生과 滅, 垢와 淨, 增과 減의 세 가지 예를 들었으되,

노자 도덕경에서는 有無, 難易, 長短, 高下, 前後의 예를들어 설명하였다.  이어 兩者同出 (=서로 반대되는

모든 것(그 가치)들은 같은 뿌리다) 이니, 異名同謂(=반대로서, 서로 배척하는 것 같지만 결국 그게 그것)

라고 하였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색불이공 공불이색'이라고 하는 진리, 즉 연기법을 설명하면서

老子는 석가모니와는 다른 예를 들었던 것 뿐이다.

 

여기 설명하는 내용들을, 일상생활에서 실천은 고사하고, 말 뜻이라도 이해하고 수긍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평문으로 쓴 한글이로되, '흰색은 종이요 검은색은 글자'...ㅠ)

이는 석가모니, 예수가, 대중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제자들 한테 설법하면서 겪었던 사정입니다.

그리하여, 제자들 중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해하는 이가 나타나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