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察人事

지하철에서... (A),(B),(C)

참 나 2005. 1. 14. 10:03

(A) 어제 저녁...지하철 2호선 합정역 정도 지났을까...노약자 석에 혼자서 앉아 있는데 느닷없이 40대 초반 정도 남자가 옆에 오더니 응석(?)을 떨기 시작합니다.

면 색장갑 낀 손을 벗고는 수첩을 꺼내 읽고 있는 내 손을 잡아 흔들기 시작합니다. 
돈을 달라는지 뭐라고 하더니 팔을 끼고 잡아 당깁니다. 어깨를 두 손으로 안마하듯 두들겨 대기도 합니다...아무 대꾸도 않고 옆으로 제지하듯 밀어 냈지요.  조그만 등산 베낭도 하나 매었습니다.  잡은 손은 따뜻하더구만...완전히 망가진 사람은 아닌듯 한데... 내린다고 말하는 것 같길래...내리세요...하고 나즈막히 말했더니 당신이 그럴 (내려라 말라 얘기할) 권리가 없다...고 대꾸합니다.  그렇게 두 정거장 쯤 지났을까...이번에는 진짜 내리는데 내 손을 끌어다가 입맞춤을 하는 겁니다...(안녕...)

건너편에선 뭔 일이 벌어지나 하고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겠지요.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심장의 맥박하나 흐뜨러지지 않았답니다. 뭐 처음 당하는 일도 아니고...뭔 느낌이 오는데 가만히 보니 이 사람이 구걸질을 한다기 보다는 누군가와 접촉을 원하는 마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혹시 내 모습이 그를 잡아 당겼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아무 한테나 그런 짓을 하지는 않겠지요...잘못하다간 한방 얻어 터지거나 저 만큼 걷어 채일 수도 있을터...암튼...)

만약 내가 화를 내면서... 아니, 이 자식이 이거 왜 이래... 이 손 놓지 못해?!  떼밀어 내며 소란이라도 벌였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었을까요. 그 사람이 그러한 행동을 하며 겪었을...또는 앞으로 겪을 일들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 사람은 지금 나 한테 시비를 걸자고 다가온 사람이 아닐 수 있다...)

(B) 우리네 삶이란 것...
배우자... 자식...주위 사람과의 관계...이것들은 내가 아는 한 최상의 것도 아니고, 최선도 아니며, 이상적인 것도 아니다.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기러기 아빠만 해도 그렇지요. 본인은 팔자에 없는 생이별 홀애비가 된 것입니다. 본인은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고 애써 위안하겠지만...삶이란 다 이 모양 이꼴 입니다. 그러니 어쩔겁니까?  때려 엎는다고 무슨 수가 나올까요.  부질없는 생각...그냥 사는 겁니다. 이 생에선 나한테 이런 조건이 주어졌구나...생각하며 거기서 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딛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후회, 한탄일랑 말고 아무런 불평도 말고...이것이 바로 나의 현실이다...뭐 다음 생이 있다면 기대를 해 보자...그럴려면 지금 무언가 덕을 쌓아야 할지도 모른다 (積德.. 積善之家 必有餘慶). 


(C) 1.13일자 동아일보 에서는 '나이듦에 따라 성장하는 요소' 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지혜로움. 명석함. 신중한 협상력. 판단력. 전체를 이해하는 능력, 통찰력. 의사소통 능력. 삶에 대한 관리 능력. 책임감. 성실성.낮은 결근율. 업무 경험. 배우려는 열의  (자료: 핀란드 국립 직업건강 연구소)  

전체(whole)를 이해하는 능력... 무엇이 전체일까요? 
모든 것이 반대개념을 갖고 있다면 세상이 대칭구도로 되어 있다는 뜻이겠지요. 좌우, 상하 대칭에 공간 대칭도 있겠지요.

진, 선, 미...조차도 1/2 반 쪽 짜리 진리요...전체를 얘기하자면 그 반대되는 '거짓, 악함, 추함' 을 끌어들여 비추어 보지 않고서는 삶, 진리란 반 쪽 짜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진리라고 알고 있던 것들은 가짜요, 기만...이다. 전체를 볼 수 있다면 자연히 이해의 폭이 넓어질 터이니 포용, 용서, 관용도 가능하겠지요. 
전체를 얘기하는 사람은 어른이요, 부분을 얘기하는 사람,종교는 유치하단 생각이 듭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天은 不仁' 이라 하여, 하늘의 이치는 선과 악을 굳이 차별치 않고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는, 반 쪽 진리, 어거지로 성립된 인간사회의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요, 바로 천지자연의 이치요, 진리라 하겠습니다. 

 

(D) 고통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삶에는 행복도 있지만 고통도 피할 수 없는 것임을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기쁨도 고통이 있었을 때 더욱 기쁜 것이죠.  이렇듯 반대되는 것에 비추어 졌을 때 비로서 그 진가가 명료해 진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가치를 평가할 때 한 쪽만 찬미하는 것은 철부지 같이 순진한 바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엔 긍정적인 것과 짝을 이루는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합니다만 그러한 부정적인 것을 배척하려 함은... 마치 2층건물이 있는데 2층은 좋고 1층은 시끄럽다고 하여 1층을 없애려고 하는 어리석음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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