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삶 & 테니스

사건 이면에는 늘 복잡한 상황이...

참 나 2013. 10. 12. 13:17

   

저녁 6시경, 동네 테니스장, 나는 이미 오후 4시부터 몇 게임을 하고 한 숨 돌리는 중인데, 동갑내기 아무개씨가 자기 마누라와 함께 뭐라뭐라 하면서 옆에서 다가오길래, 
 
'난 다 쳤어...' 라고 먼저 말을 건네니까
'다 쳤으면 빨리 빨리 집에 가야지...'  한다
(% # ...)
 
느닷없이 뒤통수를 한 대 맞은듯 당황스러운 말을 하는 것인데, 그 동갑내기 마누라님이 얼른 자기 남편을 나무라듯 (미안하다는듯) 토를 붙인다.
'에이, 그런 오해할 말을...'    


그걸로 끝이었는데, 당시 그 친구의 기분을 짐작할만한 상황이 좀 있었다. 
당시 'A' 코트에선 아줌마 4명이 나이타 (조명등)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옆 'B' 코트는 비었지만 좀 어둡고 한즉 거기서 늦은시간에 볼을 쳐야하는 기분이야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고...  
 
평일 저녁시간에  'A' 코트를 아줌마들이 차지하고 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날은 나랑 같이 치던 나이든 사람이 배려차원에서 '우린 다 쳤으니 여기서 치시라'...권유하여 그리되었던 것이다. 전후 사정을 알 턱이 없던 그 친구가 코트장에 들어서면서 순간적으로 울컥했으리란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게 내가 굳이 대꾸를 않고 참아 넘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난 다 쳤어...' 라고 내가 말을 건넸을 때의 말투가 거슬렸을 수도 있었으리라.  나는 그 날 게임을 연승해서 기분이 (내심) 업 되어 있었으니까, (뭐 그런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뭐든 문제가 생긴다.  문제가 안 생길 수는 없다.
그런데, 그 내막은 알고보면 뭔가 다른 상황이 깔려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번 참고, 속단하거나, 욱하지 않고, 한 템포 늦추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나이를 먹은 사람일수록 (일상의 일에서 화부터 낼 것이 아니라) 좀 더 신중히 처신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p.s
a. 그 친구 부부는 다음날 오후 테니스장에서 다시 조우했고, 예의 마누라가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건넸으니...


b. (공공시설 같은 곳에서) 누군가 양보를 해 준다, 호의를 베푼다고 해서, 얼른 냉큼 

    받았다가는 뜻밖의 오해를 사거나, 분란, 화를 초래할 수도 있겠으니, 이 또한 사려분별이

    요구된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