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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줬어도 자신이 직접 자전거에 올라타고 가다가, 몇 차례 담벼락에 부딪치거나, 넘어져 봐야 비로소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됩니다. 이론만으로는 '내가 뭘 한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직접 자기 몸으로 체험해 보고, 다치기도 하면서 소위 대가를 치러야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됩니다. 매사(每事)에 실전 경험이 필요하단 얘기입니다.
'깨달음을 얻는다' 란 게 또한 그렇습니다. 성현들 말씀을 전하는 '경전'이나 스승의 말씀을 아무리 들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반복되는 전례 의식, 좌선과 참선, 호흡 훈련, 주문 수도 등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실전 경험(체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땅히도, 선가(禪家)에서는 이런 경지를 일컬어 '不立文字 敎外別傳' (말과 글로써 전할 수는 없다)이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깨달음을 얻는 데 필요조건인 '실전 경험-체험'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성경 속의 예수님의 말씀에 적시(摘示) 되어 있습니다. 바로, "죽음을 맛봐야 한다"(taste death)는 것입니다. 죽음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경전에 통달하고, 소문난 강론을 펼치고, 훌륭한 저술(著述)을 냈다 해도 그런 것만으로는,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말할 수 없습니다. 혹시, 한두 마디는 그럴듯하더라도, 파고들면 이내 중언부언하거나 삼천포로 빠지고 맙니다. 동서고금 선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딱따거리며 위세를 떠는 것은 밑천이 떨어져서 불안해진 까닭(=나도 몰라!)입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맛본다'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경지인가?
모든 '삶의 집착'으로부터 떠나야 합니다. 내 재산, 사회적 위치, 남의 시선, 배우자나 부모, 자식과의 애틋한 관계, 세상 사물에 대한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을 다 버려야 합니다. 그럴라치면, 나는 물적, 금전적,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므로, 이 세상살이에서 마치 '무장해제'를 당한 것 같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상태가 바로, 예수님이 말씀한 '죽음을 맛본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나는 한없이 겸손해지고, 세상살이의 욕심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깨달음의 상태를 죽을 때까지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깨달음도 삶의 한 방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 세상살이 방식(속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죽음을 맛본 나(=깨달음을 얻은 나)와 그 이전의 나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깨달음'의 일단(一端)을 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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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세상살이의 집착이 살아있는 한, 나는 그 사람 또는 그 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즉, 더불어 즐겁거나 또는 더불어 괴로운 것입니다. 인류의 '해원상생'을 선언한 증산(甑山)은, 爲天下者不顧家事(위천하자불고가사; 큰일 하는 사람은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다)란 말씀을 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가복음 9:61~ 62 : 주님이시어, 내가 당신을 따르겠나이다. 그런데, 가족한테 먼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오겠나이다 라고 告하니, 예수님 가라사대, 하느님 나라의 일을 시작하려는 이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 可하지 않느니라! 가족한테 작별인사 조차 허락치 않았다, 이는, 가족의 허락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하여 '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진리(眞理)란 세상살이로 부터의 냉혹한 단절(=죽음을 맛봄)을 의미합니다.
1984년 소설 단(丹)의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치른 故 권태훈 翁의 좌우명 '去去去中知 行行行裡覺 (거거거중지 행행행리각)'이란 말도 그럴듯하지만, 반복해서 行한다고 해서 깨달음에 이르진 못합니다. 습관적 반복행위, 거기에 '차원의 변형-경험'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故人이 되신 권翁은 깨닫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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