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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참 나 2007. 2. 3. 11:28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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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음미해 보거라.

 

나비.

나비는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오로지 맛있는 꿀이 어디에 있을까만 찾아 헤멘다.

자신이 해 놓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고, 오로지 주변에 보이는 것을 먹을 생각만 한다.

 

'키에르케고르'가 인생의 초반기를 '나비' 로 비유했고,

열심히 일만 하는 중년기는 '개미' 에

집을 잘 지어 놓고 먹이를 잡아 먹는 '거미' 는 노년기에 비유했단다.  

 

지원이는 지금 '나비' 와 같은 삶이로구나.

그런데, 위에 프로스트의 시 처럼...

그 때 상황에 맞는 하나의 현실(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선택 때문에 훗날에...후회도 하고 한숨도 쉰다고 하는 얘기다.

 

여기서 아빠가 할 얘기는...지원이가 아무리 더 좋은 것을 봤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현실의 한계점' 을 왜 굳이 의식하란 말인가?

첫째, 여기저기 나비처럼 나돌아 다니고 시행착오만 해서는 아무런 '내공/경험' 을 쌓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 는 속담처럼...  이제 그럴 시간도 없다!

 

반드시 무언가에 우선 '정착' 해야만 한다. 비록 거지 밥통을 들고 있더라도...

마음이 정해지지 않고 들 떠 있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앞이 안 보인다' ...그것이 바로 '현실의 한계' 를 의미한다고 보거라.

 

나중에라도, 그 땐 닥치는 대로 결정을 했노라고 말하더라도, 너의 결정은 쉽게 뒤집고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엄중한 나의 것' 이다.  온 몸을 던져서 내가 선택한 그 현실에 충실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책임감있고 성실한 인간의 모습이다. 

물론 바꿔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고 확실한 대안이어야 한다. 순식간에 바꿔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 를 연상했다면 좋겠구나.

즉, 우선 한 걸음을 잘 내 디뎌야 그 다음 걸음을 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첫 걸음을 부실하게 뗐다간 더 이상 올라가기는 고사하고 고꾸라지고 말 것이다. 

 

초라한 현실...그런 것이 있을까?  그것이 다음 단계를 위한 발판이 될 지언정, '초라한 현실' 따윈 없단다. 패배자, 비겁한 사람, 주변에 무수히 널려있는 의지박약한 사람, 걸핏하면 남 핑계대는 사람, 기회주의자들이 편의상 쓰는 말일 뿐이다.  초라한 현실이라도 거기서 싸워 인내하고 나름대로 투자하고...그렇게 가꾸고 열심히 살았다면 나는 내가 한 그만큼의 발언권이 있는 법이다. 아무도 우습게 볼 수 없는 '위상' 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것이 '히스토리' 인 것이다.

 

오직 현실에 충실하라...다음 일은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히 보이게 되거나, 더 나은 현실로 인도되게끔 되어 있다...이것이 법이다.  

 

(호주에 간 둘째 딸에게 쓴 메일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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