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단절의 시대

참 나 2024. 4. 3. 22:32

*  *  *

a. 찢어진 청바지(destroyed jean)를 입든 말든 b. 못생긴 인형을 좋아하거나 c. 파충류 애완동물을 키우든 말든 d. 개를 키우면서 사람보다 더 끔찍이 여기건 말건... 과거엔 지탄받을만한 일들이 모두 유행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여기에 왜?를 묻고 대답하는 것은 사회 연구가들의 몫이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사회현상인데 과거엔 억제되었던 취향과 개성들이 자유 바람(내 돈 내산, 개인 존중)을 타고 드러난 현상이다. 동성애뿐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비롯하여 온갖 것들이 모조리 커밍아웃(coming out)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로다. 태극기 부대, 미국의 트럼프 현상, 대한민국의 이재명 현상 등이 다 마찬가지다. '내가 좋다'라는데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사회가치관의 큰 변화다. 한 쪽은 다른 한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제 아닌 문제다, 오래전 미국에서 나온 유명한 말 '단절의 시대' (The Age of Discontinuity, 과거, 사람, 관습의 단절)를 우리가 맞이한 것이다,

어제 TV 프로는 개통령 강 씨, 이경규, 박세리 출연, 딸/사위가 키우는 대형견(리트리버, retriever: 잡힌 사냥감을 물고오는 견종)이 도무지 불안하다는 친정엄마와 딸이 속을 끓이며 우는 장면, 딸은 곧 쌍둥이를 출산하는데,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는 큰 개가 행여나 그 갓난아기들을 물어뜯지 않을까 하여 개를 쫓아내라는 것이 친정엄마의 주장이고, 딸은 천만의 말씀, 한 치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친정엄마 걱정도 일리가 있지만 딸/사위한테는 그 개가 이미 가족이 된 것을 어쩌겠는가. 억지로 개를 끌어냈다가는 큰 봉변을 겪을 일이다, 친정엄마가 이길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갓난아기를 물어뜯건 말건 그런 일은 이미 독립한 딸/사위의 집안 사정인 것이다. 친정엄마가 더 간섭할 권한이 있을까? 없다. 엄마 건 아버지 건 이제 그런 일은 월권(越權)이다. 지난 세월에 통했던 권위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식한테 함부로 뭘 요구하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그것이 더 엄격해지는 추세다, 부모가 이런 걸 모르고 공연히 험상궂은 얼굴 표정과 거친 말을 한다? 이는,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른 딱한 노릇이로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역할도 끝났고 가족 내, 친척 사이에도 여차하면 남남이 될 태세다. 아무리 노여워한 들 무엇하랴? 세월을 탓해야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