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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오려면

참 나 2024. 2. 19. 09:30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

논어(論語) 자한편에 있는 공자 말씀이고,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국보 제180호, 23 X 69.2Cm,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삽입되어 유명해진 문장입니다. 소나무의 푸르름은 추운겨울이 되어야 알게된다, 즉, 한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주변이 온통 다 푸르르니 소나무, 잣나무가 자신의 푸르름을 드러낼 수 있으랴? 번역하자면, '엄동설한이 되어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된다(=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추사는 제주도에 유배 중이었는데, 제자 이언적(1804~1865)이 중국에 갔을 때 힘들게 구해서 보내 준 귀한 서적(경세문편)을 받고 감격했던 모양입니다. 그와같은 책 한 권의 가치는 당시 집 한 채와 비슷했으리라. 어찌하여 나를 이토록 생각하는 (의리있는) 사람이 있더란 말이냐? 참으로 고마운 후배로다, 사람은 많으나 귀양살이하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은 드물고 귀하도다, 세한도는 그 절절한 고마움을 그려낸 것인데; 유배지의 초라한 집(자신)과 그곳을 둘러싼 소나무(1),잣나무(3)를 그려서 제자 이언적한테 '답례품'으로 보내주었다, 그림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서예대가 추사의 작품, 그리고 좋은 내용(스토리)으로 인하여 국보로까지 승격되었으리라. 

세한도는? 이상적은 이 그림을 중국에 갖고가서 중국의 문인 16명으로부터 제영(감상문)을 받았다. < 전체 size 가로 약15m >

<상단 우측 김준학이 완당세한도란 큰 글씨를 써넣음. 상단 가운데 추사의 세한도와 그가 쓴 서문. 상단 좌측 이상적이 쓴 답글, 2단과 3단의 글씨는 중국 학자 16명, 우리나라 학자 3명이 쓴 감상문이다. 추사의 필법은 농묵법(먹을 갈아 한나절 정도 지나 수분이 증발한 짙은 먹물) >

<우상단 ' ‘세한도(소나무 와 잣나무 사이에 허름한 집 한 채가 전부)’,그 왼편 '우선시상(藕船是賞, 우선은 이상적의 호, 감상하시게라는 뜻),완당은 추사의 다른 호, 그 밑에 인장은 정희, 우하단 장무상망(長無相忘, 오랫동안 서로가 잊지 말자)

​추사 序文 지난해엔 만학집과 대운산방문고를 보내 주더니, 올해엔 하장령의 경세문편을 보내왔네 그려. 이들은 모두 세상에 늘 있는 게 아니고 천만리 먼 곳에서 여러 해 결려 입수한 것으로 단번에 구할 수 있는 책들이 아님을 아네. 세상 풍조는 권세나 이권있는 자들에게 쏠리는 법인데 자네는 그러지 않고 바다 밖 별 볼 일 없는 늙은)이에게 이 귀한 서적들을 보내 왔구만. 태사공의 말씀 있지 않은가. 권세나 이권 때문에 어울린 이들은 권세나 이권이 사라지면 만나지 않게 된다. 태사공의 말이 틀린 겐가. 자넨 날 애초에 그런 마음으로 대하지 않았던 게야. 공자께서 말씀하셨지. 추운 겨울이 지나서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고 변치 않음을 알게 된다. 자네가 날 대한 걸 보면 예전이라고 더 잘하지도 않았고, 지금이라고 더 못하지도 않네. 성인의 칭찬을 받을만하지 않은가. 완당 노인이 쓰네.

이상적 답글 세한도 한 폭을 엎드려 읽으며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이런 분에 넘치는 칭찬으로 감개가 절절하게 하셨습니까? 아! 제가 어떤 사람이기에 권세나 잇속을 버리고 초연히 속세를 벗어 나겠습니까. 다만 보잘것없으나 제 마음이 스스로 그만둘 수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책은 정치판 고관들에게는 어울리지도 않지요. 결국 이런 책은 청량 세계에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이번에 이 그림을 갖고 연경에 들어가 친구 학자들에게 보인 다음 제영(감상문)을 부탁할까 합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그림을 구경한 사람들이 제가 정말 권세와 이권을 벗어난 초연한 사람으로 볼까 부끄러울 뿐입니다.

[출처] ‘우리 품에 돌아온 세한도’ 강의를 끝내고(2023.3.9.)|작성자 주윤 jooyun

 

■ 마무리

힘든 일이 없다면 내가 도 닦을 일도 없도다!  마누라의 잔소리나 온갖 험담,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 간단없이 생기는 온갖 (참기) 힘든 일들이 없다면 내가 능력이 있는지, 나아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을터이다. 이 또한 덕분이로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인즉; 힘들다 하는 것은 내가 갖고있는 힘을 쓰고 역량을 키워주는 것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