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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촉주인불노'(虛船觸舟人不怒)

참 나 2019. 4. 6. 11:30

"남의 빈 배(船)가 와서 내 배(舟)와 서로 접촉했다면, 사람들은 그 배에 화를 내진 않는다" 

이는,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 입니다. 살짝 닿았을 경우를 말한 것입니다.

아무리 '빈 배'라 하더라도, 내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면, 해당 선박의 주인한테 관리책임을 따져서 배상청구를

할 여지는 있겠지요. 배(船)를 예로 들었지만, 그것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의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며칠 전, 어느 오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새로 생긴 근처 놀이터에 손주 둘을 데리고 갔고, 소라 고둥처럼 뱅글뱅글 도는 미끄럼틀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5, 6세 남짓한 애들이 많이 놀았는데, 내가 입구에서 장난으로 테니스공을 던져 넣었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여자아이가 얼굴에 맞았나 봅니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굳이 볼이 몸에 맞는 것을

신경쓰지 않았으나, 그 여자아이는 엄마한테 가서 '얼굴에 공을 맞았다'고 말을 했고, 아이엄마는 항의를 합니다.


할아버지: "놀다가 보면 공에 좀 맞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뭘..." 

애 엄마  : "그래도 '너 괜찮으냐'고 말은 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니에요?"

할아버지: "..."


그리고는 말았는데, 기분은 영 찝찝했습니다. 

테니스 장에서 공과 더불어 살다시피 해 온 나는, 이런 바람 빠진 공으로는 사람이 다치진 않는다는 것을 알지요. 

그러나 그런건 내 생각일 뿐, 여자아이는 테니스 공을 얼굴에 맞으면 아프다, 자기로서는 생소한 경험인데다가, 

겁을 먹고 있었으리란 생각까지는 못했지요. (따지고 보면, 테니스 공은 그다지 가벼운 공도 아니다...!)  

할아버지는 얘들이 재미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놀아 주었던 것인데, 공에 맞은 엄마의 항의를 받을 줄이야...ㅉ

(물론,'약한 공'이라 하더라도 얼굴이나 눈 부위에 잘못 맞으면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이처럼 글로 정리를 하고 보니, 아무리 장난이요, 놀이였다 하더라도 (2프로) 부족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두에 예를 든것 처럼, 고의성이 있네, 없네...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일단 내 피부에 닿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일상의 삶은 줄타기 곡예처럼 아슬아슬한 구석이 있습니다. 

군인 또는 민간인을 막론하고 전쟁 통에는 총알과 포탄에 팔 다리가 날라 가기도 하고, 파편이 날아와서 개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치안은 안전한 편이라고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사람의 운세가 다하면,

'접시 물에 코를 처박고 죽을 수도 있다' 

평소에도 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나는, 어디서 날아온 볼에 맞았더라도 그것이 나를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여유있게 볼을 돌려 보내줍니다.  상대가 "아이쿠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나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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