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오장(五臟)을 기르는 일
1) 심장(心臟)을 기르는 일
심장은 마음 장기로서 모든 현상의 중심이 되고 내 한 몸을 주재하여 죽었느냐 살았느냐를 판단하는 근본이다. 선과 악도 이로부터 흘러 나오고 하늘과 땅과도 통하는 길이 있어서 신명이 주재하고 있다. 병에 걸리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원인도 이것에 달려 있다.
한 생각이 가운데로부터 싹터 나와서 눈이나 귀나 코나 혀나 몸이나 뜻을 통하여 감
응하는 것이 여섯 가지 의식이다. 이 의식은 바깥으로 흘러나가는데, 그 때에 선을
쫓지 아니하면 속에 있는 다섯 장기가 뒤집혀서 큰 질병이 온 몸을 휘 감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그와 같이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의 참된기운이 맑고 깨끗하여, 모든 앙화가 스러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있는 신은 맑음을 좋아하지만 마음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심장이 그것을 흔들어 놓고, 사람의 심장은 조용함을 좋아하지만 탐욕이 그것을 끌어당긴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탐욕을 쫓아버리고, 심장이 조용하여 그 마음을 맑게하고 신이 저절로 깨끗해진다면 저절로
여섯 가지 탐욕[六欲]이 생겨나지 않고
세 가지 독[三毒]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맹자께서는 "심 장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마음을 기르는 데는 탐욕을 적게 가지는 것보다 더 좋은 일 이 없다...그러므로 헛된 생각을 일으키는 병 하나만은 신선도
고치지를 못하는데 반하여 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귀신도 두려워 한다"고 하였다.
기르느냐 기르지 않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눈으로는 헛된 것을 보지 않고 귀로
는 헛된 것을 듣지 않으며 입으로는 헛된 말을 하지 않고 심장은 헛된 움직임을 하지 않는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애착함과 옳고 그름과 나와 너를 모두 내던져버린다.
"아직 닥쳐 오지도 않은 일을 먼저 나가서 맞지 아니하고,
지금 닥친 일을 맥없이 떠벌이지 아니하며,
이미 지나간 일을 미적미적 남아있게 하지 아니한다...
찾아 올 것이 있다면 저절로 오게 내버려 두고,
가는 것이 있다면 저절로 돌아가게 내버려 두어서
모든 것이 저절로 되어 가는대로 대응해 나가면...
화가 나거나, 두렵거나, 좋아지거나, 즐겁거나, 근심 걱정이 되거나 하는 마음이 모두 다
그 바른 자리를 잡게 된다. 즉, 마음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 '심장' 을 기르는 방법이다.
2) 간장(肝臟)을 기르는 일
간장은 얼[魂]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눈을 통하여 바깥세계와 통하고 역학에 있어서 는 진괘의 자리에 해당한다. 봄 기운에 통하는데 봄은 기운이 올라가고 피어나고 움직 이는 계절이라서 오행으로는 목을 주로하며 바람과 움직임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의학 경전에서는 "모든 풍병이나 어지럼증은 간에 속한다"고 하였고 또한 "번뇌하거나 과로 한 까닭으로 양기라는 것이 퍼져 나가버리고 정이 끊어진 채로 여름을 맞았는데 다시 쌓이지 않게 되면 사람이 전궐(煎厥)이라는 증세를 나타내게 된다"고도 하였다. 기운 이 가까스로 위로 올라가려고 할 때에 번뇌하거나 과로함이 지나치면 기운이 바깥으로 퍼져 나가버리고 속에서는 정이 끊어진다. 이와같은 상태로 봄을 지나면서 삿되고 편벽 된 기운이 오래 쌓여서 풀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가 여름을 맞아서 치유될 틈이 없 으면 몸 속의 화(火)가 왕성해진다. 그리고 두 콩팥 사이에서 생겨나는 참다운 기운이 쌓이지 못하고 끓게 되니 결국 몸 속에서 불꽃이 일고 헛된 기운이 위로 거슬러 올라가 게 된다. 그러므로 전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간장의 기운이 다스려지지 않아서 노하 기를 잘하는 것을 전궐이라고 부른다. 노함을 삼가하고 양을 길러서 끊임없이 생기고 생겨나가는 기운으로 하여금 막힘 없이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소문(素問)》<생기통천론(生氣通天論)>에서는 "크게 노하면 몸을 유지하는 기운이 끊어지고 피가 위로 몰리고 맺혀서 사람으로 하여금 음과 양의 조화를 잃게 하니 이를 박궐(薄厥)이라 한다"고 하였다.
노하면 간장을 상하게 된다. 간장은 피가 모여드는 곳인데, 노하면 기가 거꾸로 위쪽 으로 몰리게 되어서 결국 기가 끊어지게 된다. 그와 같은 까닭으로 말미암아 피가 상초 (上焦)에 몰려서 뭉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 쌓인 것은 결국 위로 몰려 올라가 게 되어 피를 토하는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현상을 보고 사람들은 기혈이 많다고 하거나 왕성하다고 한다. 또한 이런 이유로 간장이 피를 갈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기도 하다. 피가 잘 조화되어 순조로우면 몸에 넉넉함과 빛이 나타나게 되고, 피가 거칠고 어지러우면 몸이 마르고 빛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간장을 기르는 요점은 화를 내지 않는 데 에 있다. 이것이 생명력을 기르는 가장 첫번째의 방법이다.
3) 비장(脾臟)을 기르는 일
비장은 태어난 뒤에 이루어진 기운의 근본이 되고 몸 안에 있는 창고에 해당한다. 비 장은 오행으로 중앙의 토에 해당하는데, 토는 만물의 모체가 된다. 만약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 하루 동안 먹지를 아니하면 굶주리게 되고 이레 동안 먹지를 아니하면 창 자와 위가 달라 붙고 토가 말라버려서 죽게 된다. 먹는 것이 안정되면 기운이 솟아나고 먹는 것이 끊어지면 죽는다. 먹는 것은 위에 들어가서 담 소장 대장 방광 삼초를 거치 면서 비로서 기로 변화되어 오장을 보호하고 기르며 피를 만들어 낸다. 사람은 이러한 기운에 힘입어 살아간다.
그런데 토는 습한것을 싫어하고 건조한 것을 좋아하니 마시는 것이 지나쳐서는 않된다. 지나치면 습하게 되어 건강할 수 가 없다. 또한 먹는 것도 지나쳐서는 안되니 지나 치면 뭉치고 막혀서 잘 변화되지 않는다. 병은 이러한 현상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 이다. 그러므로 먹고 마시는 것이 생명력을 기르는 중요한 요소로 된다. 먹는 것을 탐 하면 반드시 해로움이 생긴다. 먹은 것으로부터 생긴 기운이 본디 타고난 기를 이기면 뚱뚱해지고 오래 살지 못한다. 생명력을 기르는 요령은 먹은 것으로부터 생기는 기운을 언제나 본디 타고난 기보다 적게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병이 생기지 않는 다. 특히 맵고 시고 짜고 쓰고 단 맛이 강한 것이나 고기 종류나 술을 배불리 먹는 것 은 아주 해롭다. 세상에 드믄 것들을 두루 찾아서 보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것은 그 맛에 빠져서 독이 깊어지게 되고 사람의 장부를 해치게 되기 쉽 다. 그러므로 불교나 도교에서는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이지 말라고 하였고 육식을 하지 않도록 계율을 정하였으며 채식을 권장하였던 것이다. 살아 있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 육식을 삼가하면 성품이 자비로와 지고 착한 생각이 일어나게 되며 채식을 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창자와 위가 튼튼해진다. 탐욕이나 성냄이 이로부터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으 니 새나 짐승의 고기는 돌아보지도 말고 곡식과 채소로 영양을 얻는 것이 좋다. 삼가하 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4) 폐장(肺臟)을 기르는 일
폐장은 장기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서 심장을 위에서 덮고 있다. 넋[魄]을 갈무리고기를 주관하여 몸 속에서 운행하는 기를 거느리고 다스린다. 무엇인가 잃어버리거나 없 어진 것이 있거나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폐장에서 탄식하는 소리가 나오게 되는데, 탄식하는 소리가 나는 것은 폐장에 열이 있고 그 꽈리들이 말라 있기 때문이다. 폐장이 충실하면 추위와 더위를 이길 수 있으나 그것이 손상되면 모든 삿된 기운이 쉽게 침범 하여 깡마르게 된다.
화를 내면 기가 위로 올라가고 기뻐하면 기가 풀어지고 슬퍼하면 기가 자지러지고 무 서워하면 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놀라면 기가 어지러워지고 일을 하면 기가 소모되고 생 각을하면 기가 맺힌다. 이렇듯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해로운 일인데, 그 해로움은 모두 기가 그렇게 주관하는 것이다.
감정에 흐르지 않고 기를 제대로 길러서 해로움이 없도록 된 다음에 그 기의 드넓은경지를 얻게되면 하늘과 땅도 덮을 수 있고 사람의 기와 하늘과 땅의 기가 하나로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경지에다가 도덕과 의리를 짝지울 수 있다면 사람의 기와 하늘과 땅 의 기가 완전히 합쳐질 수도 있다. 옛 성현은 하루 종일 문을 닫고 들어 앉아서 그 알 듯 모를듯한 진리의 기틀을 길렀던 것이다. 말은 삼가하고 먹고 마시는 것은 절제하여 기가 소모되지 않도록 하였다.
5) 신장(腎臟)을 기르는 일
신장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근본을 갈무리하고 있는 장기로서 정(精)과 뜻[志]이 살고 있는 집이다. 선가(仙家)의 경전에서 "어떤 것이 현빈(玄牝)이라는 것이냐고 묻는 다면, 아기가 처음 생길 때에는 먼저 두 신장부터 생긴다고 답한다"고 하였고, 또한 현빈이라는 문은 하늘과 땅이 이루어진 근본이다"라고 하였다. 이와같이 사람의 몸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두 신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두 신장은 오장육부의 근본이 되 고 열두 경맥의 뿌리이며 호흡의 주인이고 삼초의 근원이다. 사람은 이것에 힘입어서 처음을 시작하니 어찌 이것이 하늘과 땅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생명 자체가 깃들어 있 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문은 하도가 상징하는 하늘수 일(一)에서 생겨난 오행의 수(水)이다. 그래서 감(坎)괘의 수라고 부른다"라고도 말하였다.
사람의 탐욕스런 생각이 한 번 일어나면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물과 불은 서로를 이 기고자 하니 물은 뜨거워지고 불은 식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영대에 켜져 있던 불꽃이 꺼져버리는 것이다. 이와같이 하여 수를 먼저 말려버리면 목이 길러질 턱이 없으니 간 장에 병이 생긴다. 또한 화가 타오르면 토가 매말라져서 비장이 못쓰게 되는데, 비장이 못쓰게 되면 폐장의 금이 힘입을 곳이 없게 되어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하는 증세가 이루 어지는 것이다. 몸 속의 오행이 손상을 입어 큰 근본이 이미 허물어지고 난 뒤에 오래 살기를 구한다면 어찌 가능하겠는가? 장자(莊子)께서는 "사람이 크게 두려워 할만한 것 이 있다. 그것은 자리에 눕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도 반드시 해서는 안되는 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생명력을 기르는 요점은 무엇보다 먼저 탐욕을 줄이는 것이다"라고 말 하였다. 사람이 타고난 본디의 기는 한계가 있는데, 정욕은 다함이 없구나! 《내경》에 \서는 "술을 국 마시듯 하거나 거짓말을 떡먹듯 하거나 술에 취해서 방사를 하면 그 정 이 말라버리니 이런 일은 안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람에게 욕심이 있 는 것은 나무에 좀벌레가 있는 것과 같아서 좀이 심하면 나무가 부러지듯이 욕심이 타 오르면 몸이 망가진다. 몸을 지치게 하지 말고 정을 흔들어 놓지 말고 생각을 이리 굴 리고 저리 굴리지 않는다면 오래 살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알아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