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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어린 두 딸의 큰 절

참 나 2006. 6. 10. 12:18

2006/06/10 12:43 추천 0    스크랩 0

올 해 스물 다섯 살된 큰 딸이 세 살쯤 되었던 어느 날로 기억합니다. 
남가좌동 집에서 어느 일요일 아침 나절, 안 방에 혼자 있는데 어린 것이 아장아장 걸어 들어오더니 불문곡직 두 손을 이마에 올리고는 큰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 ...  
상황이 상황인지라 뭐라 말을 꺼내고 말고 할 계제가 아닌데...이게 뭔 일?
그 어린 것한테 큰 절을 가르친 적도 없었거늘 절 하는 법을 어찌 알았을까? 
암말않고 조용히 물러나는 애 뒷모습을 지켜볼 밖에... (음!  무슨 곡절일까?) 

더욱 놀라운 일은... 그로부터 5년쯤 지난 어느날, 목동 아파트 집의 안 방에서 있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아침시간이고 혼자 있었는데...언니 보다 다섯살 아래인 둘 째 딸애가 언니가 했던 것하고 똑 같이 큰 절을 하는 것 아닌가?

 

한 놈이 그랬다면 장난끼 반 섞인 우연일 수도 있겠거니 하지만, 자식 두 놈이 아버지한테 그런 식으로 큰 절을 해 올리는 것은...결코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자식들이 지 아버지랑 무슨 곡절이 있어 이런 예의를 갖춘단 말인가?  태어나게 해 줘서 감사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앞으로

살면서 신세 좀 지게 되어 미안하다는 뜻이었을까...

 

얘들의 큰 절은, 집 사람과 만나게 된 사연,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진 결혼생활에서의 온갖 시련과 고통을 떠올리게 합니다.  내 혈액형은 AB형...인간관계가 모가 좀 나서 싸가지요, 괴퍅하단 소리를 듣는지라 이는 혈액형 탓도 크다 생각하고 평소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여기었기에, 자식들은

절대로 AB형은 태어나지 않게 하리라 생각하여 자연히 O형 혈액형 여자를 찾았고 (절대조건!)

스쳐간 O형의 여자들은 거의 다 멀뚱하여 사귀기가 힘든 모습이었기에 대하는 얼굴표정, 몸짓만 봐도 저건 틀림없이 'O형' 이로구나 짐작했더랬으니까...암튼,

 

결혼 후 벌어진 고부간의 갈등들...일흔이 넘은 어머니와 아내가 쏟아내는 그 엄청난 눈물과 울부짖음으로 얼룩진 결혼생활과 파탄위기들...그리고 내가 선택했던, 재산이고 뭐고 다 포기했던, '수도생활'... 그 기막힌 사연일랑은 나중 기회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기억의 저 편으로 가물거리는, 집 사람한테도 말하지 않은, 두 딸애의 큰 절 받았던 이야기를 기록한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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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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