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경허선사의 동학사 법문

참 나 2018. 3. 31. 13:48

"지금 萬華講伯(만화강백)께서 좋은 말을 다 헤버려서 내 따로이 할 말이 없습니다. 이왕 법상에 올라왔으니

몇 마디 개소리나 던지고 내려가겠습니다. 내 보기에는 지금 만화강백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틀렸다고 봅니다. 

도둑놈은 도둑놈대로 쓸 데가 있고, 선비는 선비대로 쓸 데가 있습니다.  잘난 놈은 잘난 놈대로 쓸 데가 있고

못난 놈은 못난 놈대로 쓸 데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있는 물건 가운데 실오라기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도둑이 있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 값어치가 있는 법이요, 선비가 못하는 일을 건달패가 능히 하는 법입니다.

게으름은 병이라고 합니다만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는 게으름은 없어서는 안 될 휴식입니다. 더러운 것은 더러운

대로 다 쓸 데가 있는 법입니다"  - 禪으로 가는 길, p305, 釋智賢, 一志社, 1978 -


註:

1. 鏡虛 (本名: 송동욱 宋東旭, 1849~1912)

2. 만화강백은 경허선사의 스승.

3. 도둑과 착한 사람의 비교는 상보성의 설명임. 즉, 양 극단은 서로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잘 드러나게 한다,

4. 선비나 건달패나 다 쓸모가 있다...현실세상을 얘기한 것임. 

5. 결국 '반야심경'을 설명한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개소리'라고 폄하한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 연쇄살인범이 "감방에서 뭘 하고 지내느냐"는 질문에, '성경'을 읽고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내 생각과는

    전부 다 반대로만 씌여 있더라" 고 말했다지요. (이 말은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의 법문' 이라고나 할까

    불교의 최고경전이라는 '반야심경'도 세상 사람들이 그 뜻을 잘 모르니까 떠 받드는 것이다, 그 뜻을 안다면

    역시나 '개 풀 뜯는 소리'란 세인들의 평가를 면치 못하리라. 이처럼 '진리'라는 것은 사람들 생각과는 반대다, 


    그런 연고로, 옛부터 성인들은 곧잘 얻어터지고 배신과 죽임을 당했던 것입니다 (반대로만 말하니까...ㅠ)

    일찌기 증산(강일순)도 "우리 공부는 남 잘되게 하는 공부"라고 하였습니다. 이런걸 어떻게 받아들이리?

    하여, 경허선사는 자신의 말을 개소리라며 반어법(反語法)으로 말했던 것입니다.('당신들은 개소리라 하겠지만 

    이것이 진리이니라') 


【解設】

'不捨一法의 大肯定' (불사일법의 대긍정: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무엇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 내가 살기 위해서 네가 죽어야 한다면, 그 따위 것을 어떻게 진리(=상생相生)라 하겠는가?

- 이것을 얻기 위해서 저것이 버림을 받아야 한다면, 그런 것을 어떻게 진리(=사랑, 자비慈悲)라고 하겠는가?

.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된다 고라?...ㅠ

이처럼 취(取)하고 버리고(사捨)를 하니 주변에는 버려진 시체들이 산처럼 쌓인 것이다. 앞으로는 그리하지 말라,

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한다, 과거에는 '나쁜 쪽'은 걷어차 버릴 뿐이었지만 이제는 그 버림받은 것의 존재가치를

다시 해석해야 한다, 그것을 일컬어 상생,사랑,자비라 하였는바(= 무극대도 无極大道) 단어는 달라도 의미는 똑같다, 

모든 종교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사상으로서, 이 범주를 벗어나는 종교란 존재하지 아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