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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주길 잘했다...

참 나 2005. 2. 4. 10:24

어제 저녁, 테니스 복식 한 게임을 했지요.

그런데 3 :1로 앞서 가면서 상대편의 무너지는 모습이 확연해 졌습니다.

상대 팀 에이스는 버티는데, 부사수 쪽에서 무너지는 겁니다. 포핸드 스트로크에서 군 힘이 들어가 아웃...서브도 제대로 못 받고... 챤스 볼을 네트에다 꼴아 박는 등...

 

그 선연한 모습을 건너 편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편은 싱거워 졌지요. 

때가 때인지라 배고픈 사정도 생기면서...그 다음 게임상황은 짐작이 가시죠?

...

4 : 6 으로 졌습니다.

게임에서 한 번 기세가 역전되면 이를 추수리기란 어렵습니다. 경험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게임 끝나고 파트너가 뭐라 뭐라 미안한 듯 얘기를 하길래, 뭐 게임에서 다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해 줬습니다.  마무리를 잘 못해서, 정신력이 약해서 진 것이다...라고 타박할 수 있겠습니까?

 

상대편 부사수가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일 때는 우리가 보더라도 그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그 대목에서 승부는 이미 확인한 셈입니다. 약자의 패배를 확인시켜 준다는 것은, 정식시합에서는 물론 당근이겠지만, 즐거운 운동을 하는 동네 사람들끼리 그런 강팍한 마음을 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승부의 모양은...이 쪽이 알면 저 쪽도 아는 것이요...인정할 것은 인정합니다.  

일부러 져 준 것은 아니지만...상대의 체면도 살려주었지요?  이럴 경우엔 양 쪽이 다 이긴 것 이라 볼 수 있지 않을런지요.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상대 팀을 보면서...  내가 졌을 때의 그 분하고 약오르는 감정을 생각해 본다면...져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