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짓을 하면...
엊 저녁, 테니스 용품이 든 가방을 누군가 가져 갔습니다. 운동 후 벤치에 두고 잠시 어딜 다녀오니 없어졌습니다. 테니스라켓, 휴대폰, 집/사무실열쇠, 3만원, 문서화일이 들어있었는데...남 들이야 쓸데 없지만 본인한테는 제법 소중한 물품들...연락처도 있으니 어디서든 전화가 올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제는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했습니다.
모임의 총무를 부탁하려고 만나기로 한 사람이 안 나왔고...휴대폰으로 약속을 재차 확인 했더라면 그냥 끝나고 말 일이었는데... 공연히 망서리고 서성대다가 盜氏(?) 한테 빈 틈을 보여 준 것입니다. 일단 빈 틈을 보여주면 가차없이 파고드는 우리네 삶의 분위기가 참으로 무섭습니다. 주인의 정신력이 잠시나마 흐뜨러지면 온갖 요사스런 일들이 주변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듯 합니다. 헛짓거리, 안 하던 짓, 평소에 아무개 답지 않은 모습, 약간의 허세기운 등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에잇! 까짓것... 기면 기고 말면 마는 것이지... 하고 단호하게 생각했더라면...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현장에는 늘 두붓모 칼로 자르듯이 할 수만은 없는가 봅니다.
묵은 것 떨어버리고 새 해를 맞이할 즈음에서 좋은 교훈을 배우고 또 한 해를 마무리 합니다.
-------------------
p.s
그 가방...오늘 저녁에 찾았습니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이 가져 갔었는데 오늘 갖다 주었습니다. 가져가 보관해 준 사람은 분명 善意였는데 당사자 본인의 정신적인 충격이 좀 있었습니다. 그 가방에 붙어 있는 집 전화번호로 연락만 해 주었더라면...못내 아쉬운 사건 이었습니다.